[파워!중견기업] 한국 온돌매트에 중국인도 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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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중국 생활의료기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해피아리랑의료기계유한공사의 김두상 회장.

한국의 한 중견기업이 중국 의료기 시장에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드넓은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3년여 만에 중국 전역에 600여 군데 대리점을 개설하는 등 ‘성공 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주인공은 ‘해피아리랑의료기계유한공사’. 국내에서 음전위 매트 치료기, 척추 온열 치료기, 혈압 측정기 등으로 꽤 알려진 ㈜해피의료기가 2004년 3월 중국에 설립한 현지법인이다.

중국에서 선풍을 일으키는 이 회사 제품은 음전위 매트 치료기와 척추 온열 치료기다. 서양의 카이로프락틱 원리(척추 교정을 통해 신체 각 부위의 질병을 고친다는 이론)와 뜸·지압·안마 등 한방 원리를 이용한 생활의료기다. 이들 제품은 이 회사 김두상(47) 회장이 놀랄 정도로 중국인으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척추 온열 치료기는 1만3800위안(약 172만원), 음전위 매트 치료기는 1만5800위안(약 197만원)이라는 만만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주문이 줄을 잇는다. 중국 대도시의 월평균 임금이 2000위안(약 25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박’에 가깝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중국인의 소득이 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데다, 노부모 선물용으로 좋다는 입소문이 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음전위 매트기는 중국인의 침실 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중국은 중부 장쑤(江蘇)성 이남부터는 온화한 기후 때문에 집안 난방시설이 아예 없다. 북방도 농촌 일부 지역에만 온돌이 있을 뿐 거의 대부분 스팀 난방을 한다. 이 때문에 겨울엔 신경통과 감기 환자가 많다. 아리랑의료기계는 이런 중국의 ‘차가운’ 침실문화에 한국의 온돌처럼 ‘따뜻한’ 신개념 상품을 소개함으로써 기호에 충격을 줬다.

김 회장은 “바닥이 따뜻한 것만으로 중국인한테 이렇게 비싼 값을 받고 물건을 팔긴 어렵다”고 말했다. 매트 소재로 쓰이는 청색 맥반석과 게르마늄에서 다량의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방출돼 원기 회복을 돕는다는 제품 특성이 중국인의 심성을 파고 들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물건만 좋다고 성공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땅덩어리가 워낙 커 유통망을 제대로 뚫어놓지 못하면 ‘반짝 성공’에 그치고 빈손으로 떠나야 하는 곳이다. 아리랑은 유통의 난점을 ‘체험 마케팅’과 ‘구전 마케팅’으로 해결했다. “사업 초기 한국인이 20여 대리점을 운영했는데, 중국인 점원들이 저마다 독립해서 고향에서 대리점을 내더군요. 제품이 좋다는 입소문 덕을 톡톡히 본 거지요. 이 덕분에 시장개척비를 많이 들이지 않고도 매장을 중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었어요.”

진출 3년 반 만에 중국 전역에 600여 매장을 퍼뜨렸다고 하면, 중국 시장을 알 만한 사람들은 “농담한다”는 반응을 보인다. 김 회장은 “물건을 얼마나 팔았는지보다 중국 전역에 깔린 탄탄한 판매망이 아리랑의 큰 자산”이라며 “중국에 진출하려는 제조업체들은 우리 유통망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아리랑의료기계의 올해 매출목표는 500억원. 이미 모회사인 해피의료기의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김 회장은 한 달에 20일은 중국에 머문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건강 화장품에도 손을 댔다. 중금속 제거에 좋다는 기능성 화장품 ‘자빈(姿彬)’을 들고 중국 판매에 나선 것. 이 제품은 지난해 5월 국내 출시했다.

이 화장품의 마케팅 방식도 역시 ‘체험’이다. 의료기 매장에 화장품 매장을 함께 열고 ‘마사지 룸’을 별도로 설치해 중국 중산층 여성을 끌어들이고 있다.

대학을 나와 일찌감치 유통 분야 사업에 손을 댄 그는 1990년대 중반 맥반석 게르마늄 결정체를 이용한 의료기기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얻은 뒤 넓은 중국 시장에 눈을 돌렸다. 내년부터는 매트와 온열치료기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판매하는 의료기기 전 품목을 중국에 소개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2010년께 중국 내 대리점 수 2000개, 매출 1500억원 목표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중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러시아·몽골 등지까지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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