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단성있는 경제팀 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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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정부 출범후 세번째 경제팀이 들어섰지만 인사내용으로 볼 때 일단 정부가 개각(改閣)을 통해 경제정책기조를 바꾸겠다는 뜻을 갖고 있지 않음은 분명해 보인다.
청와대측도 이번 부분 개각은 정재석(丁渽錫)부총리의 신병(身病)에서 연유된 순환변동이며,경제가 잘 돼가고 있고 물가와 수출도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어 현 경제기조를 유지한다는 의미에서 개각폭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제진단은 의문이다.성장률이 일부 과열(過熱)을우려할 정도로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그 반작용으로 물가와 국제수지에는 상당히 우려할 만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는 점 또한 사실이다.9월 한달 물가지수상의 반짝 내림세만을 보고,또는 더큰 증가율로 늘고 있는 수입은 무시한 채 물가와 수출이 계획대로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통신.자동차.
철강등 각종 산업부문에 대한 신규진입과 관련한 정책결정이 아직도 표류중인 현실이나 공공요금정책 ,금융산업의 자율화,공기업 민영화같은 굵직굵직한 사안의 처리에서 드러난 정책조정 능력의 부재(不在)도 분명히 문제였다.
따라서 새 경제팀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심기일전(心機一轉)해서 과단성있게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개각방식에 대해 한마디 苦言을 하고자 한다.丁부총리의 신병이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국제통화기금(IMF)총회의 수석대표이자,대통령특사까지 겸해 총회연설과 외국지도자들과의 면담일정등을 눈앞에 둔 재무장관을 그렇게 갑자기 불러들여 개각을 단행할 수밖에 없을만큼 급박했는지 모르겠다.이런 행태가대외적으로 우리의 국제화노력에 도움이 안됨은 물론이다.
새 경제팀이 앞으로의 정책수립과 시행과정에서 그동안 표류니,혼선이니 하는 문제점을 과감하게 불식하고 복잡한 여건에 처해 있는 우리 경제를 제 궤도로 이끌어 가는 주역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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