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동본 不婚조항 다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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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여성계를 중심으로 주장돼오던 동성동본(同姓同本)불혼조항(不婚條項)(민법 제809조 1항) 폐지문제가 최근 해결돼야 할 법조계 현안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부계는 동성동본,모계 8촌이내는 결혼을 금지하는 것이 이법의골자. 대구.청주.전주등 전국의 지방법원 법관회의에서 거론돼 대법원에 건의된 이 법조항의 개정논의는 대법원이 현행법 정비를위해 전국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돌출.지난달 22일대구지법 조용식판사등 판사전원이 동성동본 불혼조항의 폐지를 대법원에 건의함으로써 시작됐다.또 청주지법판사 16명중 15명도「현실적으로 불합리하다」는 이유를 들어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달 30일 국회 여성특별위원회 이우정(李愚貞.
민주당)위원장은 성명서를 내고 「법관들의 대법원 건의 결정을 환영하며 하루빨리 이 조항이 폐지 될수 있도록 관계당국이 힘써줄것」을 촉구했다.
지난 89년 제3차 가족법개정 당시 유림과 성균관 등의 반대로 폐지되지 못했던 동성동본 금혼조항은 지난 대통령선거때 각당이 이법의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항.또 지난해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李兌榮)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李연淑)가 국회에 청원을 제출,이를 강선영(姜善泳).이우정(李愚貞).주양자(朱良子).강부자(姜富子)씨등 여성의원들이 주축이 되고 그외 39명의 국회의원이 서명해 현재 국회법사위에 계류중이다.
개정건의문을 제출한 대구지법 조용식판사는 『헤아릴수 없는 수의 동성자가 있는 오늘날 이법은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밝혔다.조판사는 또 우생학적으로 해롭다면 모계혈족의 촌수도 제한없이 금지돼야 하나 8촌이내로 규정한 것은 과 학적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유림등 동성동본 금혼조항의 존속을 주장하는 측은 우생학적 이유외에 이 조항이 유지해야 할 우리고유의미풍양속이란 주장을 펴고있다.
한편 동성동본 부부의 경우 혼인신고가 되지 않아 자녀 출생신고를 할수 없고 따라서 사실상의 가족이 의료보험등 사회복지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등 정신적 고통과 현실적 불이익을 받고있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 78년과 88년 2차에 걸쳐 한시법인 혼인특례법을 정해 각각 4천5백77쌍,1만2천4백43쌍의 동성동본 부부가 법적 구제를 받은 바 있다.
지방법원의 개정건의가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져 「불합리」한 것으로 결정될 경우 법조항의 개정은 불가피하다.
〈文敬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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