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오른 클린턴 用人術-無能공직자에 곤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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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리만 있고 실권은 없는 「껍데기」고위공직자들이 워싱턴 정가(政街)의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현직 또는 한때 빌 클린턴 행정부내에서 한자리씩 차지했던 인물들로 능력부족이나 기타 이유로 대통령 눈밖에 났지만 밀려나지 않고 여전히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클린턴 특유의 용인술(用人術)때문.그에게는 기용했던 인물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들을 퇴진시키기보다 자리를 지키게 하거나 적당한 소일거리를 만들어 내버려 두는,이른바「끼고 도는」 습성이 있다.
클린턴의 이같은 인사 스타일은 필연적으로 해당자를 「바지저고리」로 만들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예가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올 봄 그가 대통령의눈에서 벗어났다는 소문이 나온 후 그의 영향력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인데,최근들어 지미 카터 前대통령까지 그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프리랜서」로 비유되는 카터는 북핵(北核)문제에서 아이티사태등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사안마다 사실상 대통령 특사노릇을 해냄으로써 크리스토퍼 장관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있다.
최근 표면화됐었던 디 디 마이어스 백악관 공보비서관 사임설도비슷한 경우.언론에 대한 이해나 장악력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판단돼 경질이 유력시되던 그녀였지만 결과는 대통령 보좌관으로의승진이었다.
「계륵」처럼 돼버린 측근을 무임소 자리에 앉혀 놓고 소일케하는 예는 얼마든지 더 있다.마크 게러한 백악관 정치담당 실장은최근 이름만 있는 장기계획위원회 책임자로 옮겨앉았고 토머스 맥러티前백악관비서실장도 유명 무실한 공보관련 업무 를,데이비드 빌헬름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도 11월의 중간선거 지휘업무를토니 코헬러에게 빼앗겨 역시 「바지저고리」로 전락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같은 인사습성에 대해 조지 메이슨大의 제임스 피프너교수는 『잘못된 보스관(觀)이 빚어낸 결과』라고 꼬집고 있다.밑의 사람들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챙겨준다는 「단견」에 집착,중요한 결정이나 대세를 그르칠 위험이 있 다는 지적이다. 아이티 사태의 어정쩡한 해결도 맺고 끊지 못하는 클린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꼬집는 분석가도있어 클린턴의 용인술은 계속 시비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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