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한 공동사업 적극 추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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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비록 남북한(南北韓)이 오랜세월 대립해 긴장상태에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서로 교류하고 도와가며 살자는 것이 온겨레의 희망이다.남북한의 특수상황에서 그런 희망은 비(非)정치적인 분야,이를테면 인도주의적이거나 스포츠.경제부문에서 교류 와 협력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돼 왔고,실적도 쌓아왔다.
그런 뜻에서 3일 강영훈(姜英勳)대한적십자사 총재가 북한지역에 확산중인 것으로 알려진 콜레라 퇴치를 위한 의약품지원을 비롯,세계적인 불안을 자아내고 있는 페스트에 대한 공동 방역(防疫)을 제의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유치(誘致)활동중인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의 남북한 공동개최를추진할 것이라는 이민섭(李敏燮)문화체육부장관의 발언 역시 반가운 일이다.북한의 핵문제와 김일성(金日成)조문 파동으로 남북한의 대화 통로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서로 신뢰와 민족애를 두텁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재난이 있을때 정치적인 부담없이 도움을 주고 받는 일은 우리가 이미 경험한 바 있다.1984년 남한지역의 수재민을 돕겠다고 북한이 제의하고 우리측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 일이다.
북한에서 고통받고 있는 콜레라같은 질병은 숨길 일이 아니다.
자국(自國)내에서의 확산은 물론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널리 알리고,여러나라와 함께 대처하는 것은 국제적인 의무이기도 하다.북한당국은 이같은 인도주의적이 고 국제적인의무까지 정치적인 이유로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남북한이 월드컵을 공동주최하는 방안 역시 공동사업으로는 가장가능성이 크고,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안성맞춤이다.우선 양측의 경기시설을 공동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 외에 국제적으로 단합된 힘을 보여 민족대립의 나쁜 이미지를 씻을 수 있다.또 대표팀으로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스포츠 교류를 활성화하는기회도 될 수 있다.
대화가 어려운 때일수록 이런 분야에서 교류를 시작해 공동사업분야를 넓히는 것이 바로 남북한 화해의 지름길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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