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탈때 이런 사람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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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복잡한 출근시간대 지하철 객차 안. 여자 뒤에 바짝 붙은 남자가 수상하다. 여자가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를 피하는데도 따라가면 성추행범이 확실하다. 또 승객들을 밀치고 객차로 들어온 뒤 덥지도 않은데 상의를 벗어 양팔에 걸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사람은 범행 대상을 찾는 소매치기일 가능성이 크다'.

서울경찰청 지하철수사대는 10일 성추행범과 소매치기를 잡을 때 형사들이 사용하는 '식별 노하우'를 일반에 공개했다. 예방법도 함께 발표했다.

◇성추행범=출근시간 바삐 움직이는 승객들과 달리 승강장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전동차가 와도 타지 않고 두리번거리는 사람은 일단 범행 대상을 찾는 우범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성추행범들은 주로 짧은 치마나 몸매가 드러나는 청바지를 입은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다. '목표'를 정하면 성추행범은 손을 아래로 내리고 여성의 뒤쪽이나 옆으로 다가가 신체적 접촉을 시도한다. 성추행을 막는 법 중에서 다른 자리로 옮기거나 상대의 얼굴을 쳐다보며 불쾌한 반응을 즉각 보이는 것은 소극적 대응방법이다.

큰소리로 주위의 도움을 요청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적극적 대응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지난해 11월 신도림역에서 사당역 방향으로 가는 2호선 전동차 안에서는 한 여성이 두명의 남성에게 동시에 성추행을 당했다. 한명은 여성의 엉덩이에 성기를 밀착시켜 문질렀고, 다른 한 명은 허벅지를 만졌다. 결국 범인들은 경찰에 붙잡혔다. 범인 중 한명은 변호사로 밝혀졌다.

지하철 수사대 우왕명(禹旺命.43)경사는 "성추행범은 화이트 칼라가 의외로 많고 소심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적극적 방법을 쓰면 범인들은 주춤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성추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는 '친고죄'인 만큼 피해자가 신고해줘야 다른 사람의 피해까지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매치기범=소매치기범들은 범죄의 '주요 도구'인 자신의 손을 가리기 위해 윗옷이나 신문을 이용한다. 또 혼잡해서 밀리는 척하며 사람들을 일부러 밀치거나 부딪친다.

주변에 이처럼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멀리 피하는 것이 좋다. 바지 뒷주머니에 있는 지갑, 시야를 벗어나 등 뒤에 맨 핸드백이나 가방은 소매치기의 훌륭한 목표물이므로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는 무릎 위에 놓는 것이 좋다.

지하철 안에서 잠든 취객을 상대로 한 절도도 자주 일어난다. 술에 취해 혼자 지하철을 탔다면 허벅지를 꼬집어서라도 잠을 쫓아내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 길이다.

다른 사람의 손이 닫으면 곧바로 잠에서 깨어날 수 있는 예민한 곳에 지갑을 보관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2호선과 사당역 범죄 최다 발생=경찰이 집계한 지난해 지하철 범죄 발생건수는 1천1백28건. 이 가운데 성추행.성폭력이 4백72건(41.8%)으로 가장 많았고, 폭력 2백75건(24.4%).소매치기 등 절도 2백19건(19.5%) 순이었다.

또 2호선(38.7%)이 이용객이 많은 만큼 범죄 발생도 잦아 가장 조심해야 할 노선이었다. 사당(1백22건).잠실(88건).신도림(78건).종로3가(77건) 등 환승역이 특히 범죄가 많았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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