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용씨, 노숙자 차명계좌로 137억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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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비자금'의 전모는 과연 드러날까. 검찰은 全전대통령의 차남인 재용씨가 관리해온 1백67억원 가운데 73억원 이상이 全전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드러난 것을 계기로 그의 비자금을 강도 높게 추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全전대통령의 소환조사도 적극 검토하는 상황이다.

"수사팀에서 그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지 검토하고 있다. 필요하다고 결론나면 곧바로 소환 통보하겠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10일 수사 의지를 이렇게 밝혔다. 이 관계자는 "확인된 73억여원 이외의 출처에 대한 추적도 계속하겠다"며 "수사팀은 재용씨의 돈 전부가 全전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재용씨의 괴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다른 비자금의 은닉처가 드러날 경우 '전두환 비자금' 전면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특히 검찰은 재용씨가 노숙자인 金모씨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해 1백37억5백만원 상당을 관리해온 사실을 밝혀냈다. 재용씨의 비도덕적인 비자금 관리 행태가 드러남에 따라 검찰은 국민의 비난 여론을 등에 업고 全전대통령 비자금 수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재용씨의 괴자금은 지난해 여름 검찰이 현대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덜미가 잡혔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비자금 관리인인 김영완(50.해외 도피)씨의 계좌를 추적하다가 검찰이 뜻밖에 채권 형태의 1백억원대 괴자금을 발견했다고 한다.

검찰은 재용씨가 뚜렷한 소득원이 없는 점에 주목, 全전대통령의 비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자금 추적을 해왔다. 지난해 10월 재용씨가 운영하던 회사에서 기업어음.수표 등 47억원을 압수하면서 수사는 본격화됐다. 당시 재용씨는 미국에 출국한 상태로 입국을 미뤄오다 지난 1일에야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아왔다.

조사 과정에서 검찰은 재용씨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관리한 괴자금이 1백억원보다 훨씬 늘어난 1백67억원임을 밝혀냈다. 또 재용씨가 외조부 이규동씨에게서 물려받았다고 주장하는 국민주택채권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全전대통령의 비자금이 채권의 구입 자금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현재 밝혀진 全전대통령 측의 계좌는 비자금 관리 창구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채권의 출처에 대한 조사를 계속 진행하기로 한 이상 또 다른 비자금 '저수지'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문병주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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