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자강 리더십이 ‘샌드위치 한국’ 해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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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보수 성향의 주요 논객으로 1980∼90년대 크게 활약했던 송복(70·사진) 연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조선조 리더십’을 주제로 제2의 저술 인생을 활발히 펼쳐가고 있다. 정치 리더십 연구는 본래 그의 전공인데, 정년 퇴임 후 조선시대까지로 연구 영역을 확장했다. 어려서부터 집안 어른들에게서 배운 한학 공부가 조선시대 문서를 원문으로 읽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송 교수의 ‘이모작 인생’의 결실이 최근 첫선을 보였다. 『서애 류성룡 위대한 만남』(지식마당)이 그것이다. ‘조선조 리더십 연구’라는 시리즈의 첫 권이다. 우암 송시열과 석파 이하응 등의 리더십에 대한 출간 계획도 세워 놓았다. 임진왜란 이후 우리 역사의 흐름을 리더십을 중심으로 재조명해보겠다는 포부다.

“제 전공은 정치사회학이기 때문에 리더십 연구는 자연스럽죠. 한국은 리더를 잘 만나면 욱일승천하는 특징을 역사적으로 보이고 있어요. 제가 이제부터 하려는 작업은 어려서부터 집에서 배운 한학을 바탕으로 조선조 리더십을 연구해보려는 것입니다. 요즘 젊은 사회과학자들이 한문을 몰라서 못하니까 제가 해보려는 것이지요.”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그의 초점은 오늘에 맞춰져 있다. 곳곳에 새로운 주장이 눈길을 끈다. “역사학자들이 과거 사실을 다룬다면, 나는 사회과학자로서 과거 속에서 현재를 보려고 했습니다.”

첫 저작의 소재를 서애 류성룡으로 잡은 것은 조선 시대 최대의 국난이었던 임진왜란을 극복한 데에는 그의 리더십이 결정적이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란다. 그가 임진왜란을 보는 시각도 독특하다. 임진왜란 당시의 역사에서 오늘의 한반도 분단과 유사한 상황을 읽어낸다.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한 호두까기 기계 사이에 끼인 호두 같은 신세입니다. 지금의 한반도 분단은 2차대전의 종언과 함께 시작됐지만, 그 원류를 더듬어 가면 1592년에 발생한 임진왜란에 가 닿아요.”

송 교수는 임진왜란 당시 한반도 분단 위기를 저지한 리더가 바로 서애였다고 주장했다. “진정한 리더는 정확한 정세 판단에 기반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서애야말로 명나라의 의도를 꿰뚫어보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나라가 조선을 돕기 위해 출병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송 교수는 다르게 생각한다. 일본의 침략에 맞서 명나라는 한강 이남으로 일본의 공세를 제한하는 일종의 ‘조선 분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명나라의 의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조선의 정파가 갈렸다는 주장이다.

“명나라에 의존해야 한다는 쪽(의명파·依明派)과 스스로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쪽(자강파·自彊派)으로 나뉘었고, 류성룡은 자강파의 리더였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자강파는 몰락하고, 의명파가 득세를 하면서 조선 멸망으로 이어집니다. 자강파의 정신은 구한말 ‘개화파’와 해방 이후 미국을 활용하려는 ‘용미파(用美派)’가 계승했다고 봅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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