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감’도 관심 안티팬 원하는 스타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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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 15면

세기의 상속녀이자 ‘가십의 달인’ 패리스 힐튼은 한국에서도 위력적이었다. 공항 도착부터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관심사가 되더니 며칠째 포털사이트 실시간 인기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이라이트는 MBC ‘무한도전’ 녹화. 그간 ‘무한도전’을 장식했던 세계적 스포츠스타 샤라포바·표도르·앙리 등과 견줄 때 유명세에선 결코 뒤지지 않지만, 다만 무슨 ‘자격’(직업적 정체성)으로 출연한 건지는 아리송하다.

국내에서도 TV를 보노라면 대체 ‘저자의 정체는 뭔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요즘은 ‘방송인’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그들은 예컨대 노홍철·장영란·현영 같은 이들. 탤개맨(탤런트+개그맨), 가개맨(가수+개그맨) 등 직업 융합이 벌어지는 시대라지만, 이 방송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오락프로에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TV 리포터를 거치기도 했고, 뜬 뒤에 음반을 내기도 하지만 딱히 가수나 MC가 목표인 것 같진 않다. 그냥 TV에 나오는 것, 유명인으로 사는 것, 그것이 정체성이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비호감’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하면서 아니꼬워하던 시청자들은 점점 그들의 개성에 익숙해지고 팬으로 변해간다. 비호감도 관심의 일종인 법. 무플보다 악플이 반가운 연예계에서 안티팬의 존재는 차라리 고맙기까지 하다.

안티팬은 뜻밖의 방식으로 양성되기도 한다. MBC 에브리원의 ‘서경석의 안티공방전’은 스타와 안티팬을 대질시켜 싫은 이유를 들어보고 오해를 푸는 독특한 구성을 취한다. 안티팬 풀이 있어야 출연할 수 있는 셈이다. 평소 주변에서 미움을 산다 싶으면 차라리 유명해지고 볼 일이다. 그때 되면 안티들도 팬으로 끌게 될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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