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범죄, 범인은 피해자 주변에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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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 13면

지난달 19일 어린이를 성추행한 혐의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의 수배를 받아 온 캐나다 출신 크리스토퍼 폴 닐(32)이 태국에서 체포됐다. 6세부터 10대 초반의 베트남·캄보디아 소년 12명을 성추행한 혐의다. 닐은 자신이 어린이를 추행하는 적나라한 장면의 사진 200여 장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태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4년 반가량 한국에서 체류하며 영어교사와 학원 강사로 활동했다. 혹시 우리 아이들 중 피해자가 있는 건 아닌지 가슴이 철렁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어린이를 상대로 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어린이 대상 성범죄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한 번의 추행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아이가 성추행 당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상당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상황 해석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해자의 행위를 추행이 아닌 일종의 놀이로 생각할 수 있다. 훗날 성인이 되어야 비로소 자신이 성추행을 당한 것을 알게 된다.

성범죄의 대상으로 어린이를 택하는 이유는 대상을 통제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상이 꼭 여자 아이로 한정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닐의 범행 대상은 모두 남자 아이였다.

한편 어린이 성추행범들은 아동만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기회가 생기면 노인, 장애인, 나약한 부녀자를 가리지 않는다. 범인들은 재범 경향이 매우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

지난해 2월 서울 용산에서 여아를 성폭행한 후 살해한 충격적 사건 역시 성범죄 경력자에 의한 것이었고 바로 이웃에 살고 있었다.

가해자는 범행 직전 죄책감을 피하기 위한 ‘인지왜곡(cognitive distortion)’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가령 피해 아동이 먼저 접근(유혹)했다고 믿거나 아이에게 성교육을 시켜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또 자신의 행위가 아이를 해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들은 아이들을 유인하는 나름의 수법을 갖고 있다. 보통 아이들이 좋아하고 호기심을 느낄 만한 소재를 이용한다. “과자를 먹고 가라” 혹은 “집에 와서 컴퓨터 게임 하면서 놀아라” “차 타고 재미있는 곳에 놀러 가자”는 말로 아이를 유인한다. 닐 역시 “게임을 하자”고 유인해 자신의 방에서 추행을 했다고 한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이런 대화가 시작되는 순간 상대방을 ‘낯선’ 사람이 아닌 ‘친근한’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

아동 성범죄를 막을 수는 없을까?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외국인 강사에 의한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입국비자 발급 조건으로 범죄 경력 유무에 관한 증명서를 제출토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또 내국인 성범죄자의 재범을 막기 위해 출소 전 이들의 왜곡된 인식과 성도착적 증세를 치유할 수 있는 교정 프로그램 도입도 시급하다.

현재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전자팔찌를 이용한 감시제도 외에도 일부에서는 약물치료를 의미하는 ‘화학적 거세’ 방법을 제기하고 있다.

신상정보를 단지 인터넷에 공개하는 소극적 방법보다는 경찰관이 관할 내의 성범죄자의 위치를 이웃에게 알려 주변에 경각심을 생기게 하는 적극적 신상공개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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