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홍보 위해 한국 온 패리스 힐튼 인터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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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 07면

새벽 3시까지 파티를 즐긴 탓일까. 예정된 인터뷰 시간보다 한 시간쯤 늦게 그가 나타났다. 방을 나서는 모습에선 새벽까지 파티를 즐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당하고 세련된 발걸음이 느껴졌다. 10일 오후 3시 서울 한남동 하얏트 호텔에서 패리스 힐튼(26)을 만났다.

9일 밤 서울의 한 클럽에 초대돼 한국의 밤 문화를 즐긴 그는 “정말 재미있었다”며 “술은 많이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얼마 전 음주운전으로 수감됐던 기억이 있어선지 “본래 별로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본을 거쳐 7일 밤 한국에 온 그의 모든 공식 일정은 사업과 연관돼 있다. 국내 초청을 책임진 프로덕션 관계자에 따르면 그의 방한 목적이 ‘한국의 광고주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알리고 한국에서의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일본 방문 역시 그가 새로 만든 향수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9일 밤 파티도 ‘파티 걸’이라는 명성을 활용하려는 클럽 주인과 패리스 힐튼 매니지먼트사의 합작 마케팅이다. 클럽에선 그의 초청 비용을 후원한 한 자동차 회사의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됐다. 심지어 힐튼은 클럽에 등장할 때도 업체의 자동차가 진열된 무대를 이용했다.

그래서 힐튼은 자신을 “사업가”라고 밝혔다. “나는 똑똑한 전략가(smart strategist)”라고도 했다. 그러자 인터뷰 내내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미국 매니지먼트사 관계자가 곧바로 정정했다. “전략가라는 표현보다는 다른 것이 낫겠다. 이를테면 ‘사업을 잘하는 사람(good dealer)’ 정도로.” 전략가란 표현은 아무래도 덜 어울리는 듯했다.

힐튼의 말이 이어졌다. “음악을 좋아해서 음반을 냈고 또 영화배우로 활동하는 것도 즐겁다. 내가 직접 디자이너가 돼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도 있다. 글쓰기도 좋아한다. 그래서 책도 냈다. 내년부터는 부동산 사업도 한다. 나는 이 모든 일을 하는 사업가다.” 만약 그 모든 것들 중 단 한 가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무엇이든 다 잘할 수 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잘 활용하고 싶다. 사람들은 나 같은 셀러브리티에 관심이 많아 그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쓴다. 언론도 시시콜콜 보도해주고. 내가 입는 모든 것이 화제가 되지 않는가. (더 많은 브랜드의 더 많은 옷을 홍보해 주기 위해서) 옷도 한 번 입은 것은 다시 입지 않는 게 사실이다. 물론 그 옷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에게도 주고 자선단체에 기부도 한다.”

자신의 표현대로 그는 ‘똑똑한 전략가’의 면모도 보여주었다. 비난 가능성이 있거나 논쟁을 일으킬 만한 질문은 피해갔다. “언젠간 인기가 사그라질 수도 있을 텐데 그 순간이 두렵진 않으냐”는 질문엔 묵묵부답. “영국의 다이애나 공주처럼 화제를 뿌리며 ‘미국의 공주’가 됐다”는 말엔 “다이애나는 정말 사랑스럽고 훌륭한 분”이라는 원론적인 대답만 돌아왔다.

이어진 공개 기자회견장에서도 세련된 매너를 보여주었다. 약속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게 도착해 기자들이 떠나 텅 빈 회견장을 보고서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남아 있는 일부 사진기자들을 향해 ‘고맙다’는 말을 연발하며 포즈를 취했다. 힐튼은 예쁘기만한 ‘멍청이(dumb)’가 아니라 모든 행동을 철저히 계산하는 프로 사업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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