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단군 뼈,단군 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작년 이맘때 북한(北韓)사회과학원은 단군(檀君)은 신화적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이라는 고고학 보고서를 제출했다.평양(平壤)강동군에 있는 단군릉을 발굴한 결과 5천11년전의 남녀 뼈 86개가 출토됐다.조립해보니 1백70㎝의 장대한 남자였고 이분이 바로 단군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였다.
당시 유골은 전자 상자성 공명법(常磁性 共鳴法)을 이용해 20~30회씩이나 측정한 결과였다고 중앙통신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우리쪽 고고학자들은 신빙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5천11년전이라면 기원전 3018년으로 이 시기는 신석기시대인데 청동기 문화기인 단군시대와는 연대가 맞지 않고 상자성 공명법이라는 연대측정기도 5만년 이상의 유물에 사용하는 것이어서부정확하다는 분석이었다.
북한은 또 올해 개천절을 앞두고 그동안 추진해왔던 단군릉 준공식에 남한(南韓)의 여러 인사들을 초대하는 초청장을 보냈다.
알려진 바로는 1백m 기단(基壇)위에 봉분 높이 22m,1천8백여개의 돌을 9단으로 쌓은 돌계단 형식의 거대한 무 덤이다.
이 무덤 준공식을 기해 남한 사회단체 인사들을 초청해 대남(對南)선전전략에 이용해보겠다는 뜻이 보인다.
어째서 북한은 단군에 대해 이토록 강한 집념을 보이는가.두말할 필요도 없이 주체의 나라 창건자를 신화(神話)속의 인물 아닌 실존 인물로 환치(換置)하겠다는 집념 탓이다.평양중심의 고구려.고조선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주체성을 높이고 단군에서 김일성(金日成).김정일(金正日)로 이어지는 세습 통치의 분식용이다.북한은 한국 현대사의 기점을 1926년으로 잡고 있다.특별한역사적 사건도 없는데 어째서 한국현대사가 이때부터 시작인가.이유는 간단하다.김일성이 중학시절 벌 였다는 타도 제국주의 동맹결성연도가 26년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이처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해서야 무슨 역사인가.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5천년전 역사가 몇개의 뼈다귀로 새롭게꾸며지고 개인숭배에 치우친 나머지 철없던 시절 벌였다는 투쟁이현대사의 기점으로 바뀐다면 역사와 신화의 차이 가 없게 된다.
신화란 이런 역사의 남용속에서 확대 재생산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