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즈니스 메카로] 외국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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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는 3명의 공무원을 한국에 상주시킨다. 찾아오는 손님을 돕는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한반도를 발로 누비며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웨이하이시는 이제껏 무려 2천1백개의 한국 기업을 유치했다. 웨이하이시 공무원들이 느닷없이 찾아와 놀랐다는 중견기업 D전자의 관계자는 "그들을 돌려보낸 뒤 지금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과연 뭘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무단장(牡丹江)시는 현지에 진출한 대우제지가 공장 증설을 모색한다는 소식을 듣고 최근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2억6천만달러가 들어가는 제2공장 설립 계획에 대해 ▶토지 사용료를 주변 시세의 8분의 1로 할인해주고 ▶법인세를 10년 동안 절반으로 깎아주며 ▶공장건설 보조금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대우제지는 망설임 없이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무단장시 관계자는 "대우제지는 우리 시에서 납세 1위 기업"이라며 "늘어날 일자리와 세수(稅收)를 생각하면 결코 혜택을 주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많은 나라가 정부 안에 외국인 투자자를 돕기 위한 '원스톱 서비스'기구를 두고 있다. 아일랜드의 산업개발청(IDA), 영국의 무역투자청(UKTNI), 싱가포르의 경제개발청(EDB), 말레이시아의 공업개발청(MIDA) 같은 곳이다. 이들 기구는 정부 각 부처의 상충하는 외국인투자 관련 규제들을 통합 조정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시정을 명령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아일랜드에 진출한 새한미디어의 관계자는 "IDA 직원이 자녀의 학교 선택 문제까지 도와주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콩고와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들도 비슷한 투자유치 기구를 앞다퉈 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 안에는 이런 독립기구가 없다. 관련 부처 간 밥그릇 다툼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 안에 외국인투자를 통합 지원하고 조정하는 기구를 두려다 권한 이양 등을 둘러싼 이해가 상충돼 논의에 머물고 말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궁여지책으로 만든 게 공기업인 KOTRA 안의 '인베스트 코리아(Invest Korea)'다.

일부 정부부처에선 외국인투자 유치를 빌미로 내부 조직 키우기에 바쁘다. 재경부가 계획 중인 '동북아금융허브추진단'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는 머리를 굴리는 조직이지, 발로 뛰며 투자를 유치하는 조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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