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 묘기 보려 줄 섰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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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축구스타 호나우디뉴와 일본의 이나모토가 거리에서 공으로 재주를 부리고 있다. 이때 공중에서 미스터리 스틱맨이 내려온다. 그는 초인적 동작으로 신기(神技)를 보여준다. 멍하니 쳐다보던 둘은 슬슬 '열'을 받기 시작한다. 둘은 스틱맨을 제거하기로 모의한다. 그리고 호나우디뉴의 패스를 받은 이나모토가 발리슛을 날려 스틱맨을 죽인다. *** 10분 공연에 최소 400만원 일본에서 방영 중인 나이키의 TV 광고 장면이다. 비슷한 광고가 지난해 유럽 전역과 국내에도 방영됐다. 신비의 스틱맨. 그는 바로 한국인 우희용씨다. 2002년부터 영국을 본거지로 세계를 누비는 축구 묘기 아티스트. 1989년 '헤딩 오래하기 부문'에서 기네스북에 오른 그다. 양복을 입고 구두까지 신은 우희용씨가 축구묘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사진은 컴컴한 스튜디오에서 검은 벽면을 배경으로 다중촬영한 것이다. 카메라를 B셔터, 조리개 f22로 설정해 놓고 우씨의 움직임을 셋으로 나눠 각각의 몸 동작에 스트로보(플래시)를 터뜨렸다. 이 기법으로 한 화면 속에 세개의 상(像)이 남도록 한 것이다).[강정현 기자] 어릴 적 꿈이 축구 선수였던 그는 요즘 세계 일류선수 못잖은 장외 스타로 떴다. 10분짜리 공연 한번에 받는 돈이 최소 2천파운드(약 4백만원). 정확한 수입은 공개하지 않는다. 어림잡아 하루에 한번꼴로 공연을 한다면 1년에 15억원. 국내 프로축구 최고 연봉인 신태용(성남.4억1천만원)의 네배에 가깝다. 광고 수입은 빼고다. 각종 대회 하프타임 때 그라운드에서 묘기를 보이고, 축구와 무관한 행사들에도 초대받는다. 이탈리아.스페인.독일 등에는 각각 별도의 매니저까지 두고 있다. 그의 대박 인생은 90년 시작됐다. "월드컵 구경하러 이탈리아에 갔었어요. 로마 테르미니역에서 집시 여인에게 지갑을 털려 빈털터리가 됐지요. 굶어 죽을 수 없어 길에서 축구 묘기를 보였어요. 환호와 돈이 쏟아지더라고요." *** 日선 神처럼 큰 절 받기도 이후 그는 독일.미국 등을 돌며 '동양의 축구 마술사'가 된다. 98년부터는 하와이에서 여자대학팀을 지도하다가 2년 전 축구의 본고장인 영국으로 갔다. 그는 초등 3년 때 축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고교 때 축구부가 해산되고 부상까지 겹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축구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지요. 은행 창고지기로 일하며 하루 여덟시간씩 파김치가 되도록 축구 기술을 연습했어요." 지난 주말 그는 잠시 한국에 들렀다. 일본에서 열린 '축구 프리스타일 콘테스트'에 참가하고 가는 길이었다. "도쿄와 오사카에서 나흘씩 대회를 했어요. 일본 아이들이 몰려들어 큰절을 하며 마치 신처럼 떠받들더군요." 이만하면 인생 역전이다. 그의 꿈은 최고의 축구 묘기 지도자, 그리고 축구 행정가다. 그래서 요즘 하루 세시간 이상 영어 공부를 하고, 런던에서 축구 지도자 연수 과정도 밟고 있다. 그의 묘기는 그의 홈페이지(www.woosoccer.com)에서 볼 수 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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