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대평 "이회창, 국중당 출마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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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충남 예산이 고향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충청권을 기반으로 형성된 국민중심당 후보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확산되고 있다. 그럴 경우 국민중심당 전당대회에서 이미 선출된 심대평 대통령 후보의 자세와 선택이 관심사다.

4일 과천 경마공원에서 심 후보를 만났다. 그는 이날 자신의 모교이자 충청권 인맥의 중심 축 가운데 하나인 대전고 총동문회 참석차 경마공원을 찾았다.

-이회창 전 총재에게 국민중심당 후보 자리를 내줄 수 있나.

"너무 앞서 간 질문이다. 다만 국민이 원하는 게 안심할 수 있는 후보로 단일화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 전 총재나 나는 국가의 혜택을 입고 살아온 사람들로서 마음을 비워야 한다. 우리는 공인으로 살아왔기에 개인적인 욕심도 잘 버린다."

-이 전 총재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고 외부 연락을 끊고 있다. 그와 연락은 하고 있나.

"교감이 있다. 이 전 총재를 만나려고 일정도 조율 중이다. 나는 내일이라도 만날 수 있다."

-이 전 총재와의 연대가 현재 충청권 판세를 바꿀 수 있을까.

"엄청나게 바뀔 것이다. 충청 도민들은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억울한 검증을 겪은 이 전 총재에 대해 연민을 느낀다. '저 분이 됐으면 아마추어 정권이 안 나왔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이회창-박근혜-고건-심대평 4자 연대'를 제안하기 전 이 전 총재와 사전에 의견을 교환했나.

"아무 교감 없이 시작했겠나."

-다리 역할은 누가 했나. 서청원.홍사덕 전 의원 등 '친박근혜 인사'들이 지목되는데.

"그들과 직접 대화는 없었다."

-'4자 연대' 제안이 결정적으로 이 전 총재를 출마 쪽으로 기울게 했다는 분석도 있는데.

"그런 건 잘 모른다. 다만 이 전 총재가 국민중심당을 중요 변수로 놓고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음을 느낀다."

-'4자 연대' 제안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나 고건 전 총리는 시큰둥한 듯한데.

"박 전 대표는 내가 탈당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당리당략을 떠나 좌파정권 종식을 위해 연대하자는 것이다. 고 전 총리는 출마를 포기한 상황에서 반응을 보이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그분과 가까운 분들도 있으니까(접촉이 가능하다)…."

-국민중심당 대표로서 이 전 총재의 재기 발판이 돼 줄 의사가 있나.

"나는 경제적으로는 더 진보적이고, 안보적으로는 더 보수적인 연대를 제안했다.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분들에게 모든 걸 열어놓겠다."

-내각제 개헌을 주장한 바 있다. 이 전 총재도 이걸 받아들여야 힘을 합칠 것인가.

"18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하자는 데는 모든 정당이 합의했다.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라면 이런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모든 이가 처음부터 내각제 개헌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는 데 동의하면 된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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