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리빙] 역사공부 하면서 책공부 “일석이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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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러면 아이들의 집중도가 확실히 올라간다. 사회시간에 한국사와 세계문화를 배우는 초등 6학년 큰아이는 ‘도서관의 역사’에 대해 조사했다. 인터넷에서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단 도서관을 검색했다. 설형문자가 발견된 바빌로니아의 수도였던 니폴, 아수르바니팔 왕이 다스렸던 아시리아의 니네베, 정복왕 알렉산더에 의해 세워진 알렉산드리아 등등.

 ‘최초’라는 키워드로 질문지도 만들었다. ‘세계 최초로 이동식 도서관을 만든 사람은?’ ‘세계 최초의 유비쿼터스 도서관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은?’ ‘세계에서 제일 큰 책은?’ 등의 질문이 뽑혔다. 초등 3학년 작은 아이는 서울 시내 도서관을 지도에 표시한 ‘도서관 지도’를 만들었다. 사회시간에 지도 그리기를 통해 내 고장 모습 알아보기를 배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한국십진분류표에 따른 책 분류기호도 익혔다. 역사책은 900번, 문학은 800번, 수학·과학·동식물학 등은 400번으로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아이들 눈빛이 달라졌다. “아하, 그래서 책마다 이런 숫자들이 적혀 있었구나. 앞으로 도서관에 가면 분류기호를 눈여겨봐야겠어요.”

도서관에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도 알아봤다. ‘크게 소리 내어 읽지 않는다’ ‘음식물을 갖고 들어가지 않는다’ ‘책을 읽기 전과 후에 손을 씻는다’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독서를 방해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등이었다.

아이들과 읽기 좋은 종묘 관련 책으로는 『조선왕조 500년 역사의 뿌리-종묘』(열린 박물관)를 권한다.

 

종묘 망묘루에 마련된 역사자료실을 찾은 주부 김정완씨가 아이들에게 망묘루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고 있다(上.) 아래는 책을 읽을 수 있게 꾸며 놓은 역사자료실 내부. [사진=최승식 기자]

종묘에는 3개의 연못이 있다. 그중 두 번째가 중지당인데, 중지당 앞에 서 있는 건물이 망묘루다. 왕이 제향할 때 이곳에 들러 정전을 바라보며 선왕을 추모하고 나라와 백성을 돌보는 마음을 가다듬었던 곳이다.

종묘의 다른 건물은 모두 맞배지붕(지붕 양면이 서로 마주보고 경사진 듯한 모양)인데, 이곳만 팔작지붕(지붕 위까지 박공이 달려 용마루 부분이 삼각형으로 된 지붕)이어서 눈에 금방 띈다. 이 망묘루를 새롭게 고쳐 역사자료실을 만들었다. 관리를 맡은 한송희씨는 “중지당은 음과 양, 땅과 하늘의 화합을 나타낸다. 중지당을 바라보며 역사책을 읽는 동안 종묘와 우리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으면 해서 망묘루를 책 읽는 공간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자연채광을 최대한 활용했다. 문을 열고 닫는 시간도 이를 고려해 오전 9시30분과 오후 5시로 정했다. 창호지 문을 통해 적당히 들어오는 햇살 아래 조용히 책을 읽는 기분은 다른 도서관과 확실히 달랐다.

날마다 오는 사람도 있고, 외국인 열람객도 많다고 한다. 소장도서는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문화재 관련 도서 위주인데, 대출은 불가능하다.
 “우와, 『맹꽁이 서당』도 있네.” 역사자료실이라니까 좀 딱딱한 인상을 받았던 모양인지, 만화책을 발견한 둘째의 표정이 밝아진다. 한씨는 “종묘라는 공간적 특성 때문에 다른 도서관보다 더 정숙한 독서 태도를 요한다”고 말했다. 가족 단위 이용객이 많아 앞으로 어린이용 역사책을 더 많이 갖춰 놓을 계획이다. 종묘를 둘러본 다음, 새소리와 나무 냄새 가득한 역사자료실에 앉아 배운 내용을 되새겨 본다면 일석이조의 체험학습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집에 돌아와 한 일은 역사 속에서 도서관 찾아보기. 고구려 때 서민 자녀에게 무예를 가르치며 책을 읽혔던 경당, 고려 성종 때의 수서원, 왕실문고였던 집현전·규장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규장각으로 체험학습을 확대하고 싶다면 ‘조선왕조 의궤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념 특별전’(11일까지)이 열리고 있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을 방문하면 된다.  

홍준희·나들이 칼럼니스트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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