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만큼 단단한 ‘도자기 칼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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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 31면

이번엔 주부와 집에서 밥 해먹는 남자를 위한 아이템이다. 맞벌이 부부인 우리는 가사의 역할을 고정시키지 않고 있다. 먼저 들어온 사람이 음식을 만들거나 티 나지 않는 집안일을 한다. 오랜 갈등을 통해 터득한 조화와 공존의 실천이다.

윤광준의 생활 명품 이야기-교세라 세라믹 나이프

남자가 주방 용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차이가 있다. 남자는 이상주의자고 여자는 현실주의자란 사실이다. 음식을 만드는 온갖 도구부터 준비해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와 ‘있는 것을 왜 또 사들이느냐’는 여자는 매번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남자는 기어코 원하는 주방 용품을 다 사들이고 난 뒤에야 음식을 만든다.

주방의 필수품은 바로 칼이다. 썰고 자르지 않으면 음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엔 수많은 종류의 칼이 있다. 시장통에서 파는 막칼에서부터 명품 세트까지. 먹는 일이 생존이 아니라 생활의 즐거움을 위해 필요하다면 쓸 만한 칼은 소중한 도구로 격상돼야 마땅하다.

일본에 들렀을 때 재미있는 물건을 발견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팔리고 있는 주방용 세라믹 칼이다. 첨단 지향의 회사인 ‘교세라(kyocera)’가 만든 생활 용품이라…. 호기심은 당연하다. 인류 역사와 같이한 칼, 진화의 현재를 확인해 봐야 할 이유가 생겼다.

줄 서서 기다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북적거리는 면세점에서 교세라 나이프를 샀다. 쇠가 아닌 흰색의 세라믹 소재로 만든 칼날이 눈길을 끌었다. 다이아몬드만큼 단단하다는 세라믹 지르코늄 옥사이드 분말을 성형시켜 고온으로 구워 만들었다고 한다. 쇠보다 단단한 도자기 정도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다.

오십 년 가까운 역사를 지니고 있는 교세라 그룹은 정보통신과 환경보전 사업 전문기업이다. 난 오디오와의 연관 때문에 오래전부터 교세라가 만든 세라믹 관련 신소재 전자부품과 오디오 기기를 사용해본 적이 있다. 시대를 앞서 가는 창의적 신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교세라의 존재는 우뚝하다.

도쿄 국립박물관에 가면 일본의 보검들이 전시돼 있다. 몇 백 년의 세월을 이기고도 서슬 퍼런 광채를 내뿜는 칼의 힘에 매료당한 기억이 선명하다. 일본은 칼의 나라인 것이다. 무릇 물건의 이면엔 만든 이의 정서와 문화가 은연중 깔려 있게 마련이다. 교세라 나이프는 일본인 고유의 ‘칼 숭배’ 정서를 바탕으로 첨단기술을 입혀놓지 않았을까.

이 칼로 직접 요리를 한다. 가볍고 손에 착 감기는 손잡이의 형상은 식재료를 힘들이지 않고 잘라준다. 잘린 재료가 칼에 붙지도 않는다. 그리고 너무도 예리하다. 칼은 쇠로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부딪힌다. 칼의 현재는 상식의 이반으로 완성되어 있는 것이다.

교세라의 세라믹 칼은 요리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매끼 먹어야 하는 일상의 반복마저 놀이처럼 바꾸어 준다고나 할까.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방법이 최선이다.
교세라 나이프를 나의 친숙한 장난감으로 취급하는 것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지 말기 바란다. 생활의 도구는 기능 이상의 의미를 더할 때 필요와 애정이 증폭되는 법이므로.


윤광준씨는 사진가이자 오디오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체험과 취향에 관한 지식을 새로운 스타일의 예술 에세이로 바꿔 이름난 명품 마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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