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억짜리 땅에 세금 23억-명의신탁 이용 재산 대물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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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고법 특별8부(재판장 李輔獻부장판사)는 12일 安모씨(56.여)가 서울강남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등 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에서『명의신탁 解止를 가장해 무상으로 소유권을 이전한 것은 실질적인 증여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될 경우 安씨는 29억원짜리땅에 대해 23억원의 세금을 무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판결에 의한 소유권이전일 경우 별다른 세금을 부과하지 않아온 현실을 악용,명의신탁→소송을 통한 명의신탁해지→소유권이전의 편법 사례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풀이된다.
安씨가 시아버지 金모씨(84)명의의 서울강남구신사동 땅 2백53평에 대한 소유권을 자신의 명의로 이전한 것은 90년 8월30일. 시아버지를 상대로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청구소송을 제기,승소판결을 받아 어렵지 않게 땅을 물려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서울지방국세청은 93년1월 며느리와 시아버지 사이에 이뤄진 이 재판결과에『뭔가 냄새가 난다』는 생각을 가졌다.
결국 정밀조사후 며느리 安씨가 명의신탁을 했다는 아무런 증빙서류가 없는데도 시아버지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인정한 것으로간주돼 소유권이전 판결이 나온 사실을 밝혀내고 증여세 23억원을 부과토록 강남세무서에 통보했던 것.
安씨는 이에 『친정에서 가져온 돈으로 이 땅을 사뒀으나 집안체면상 가장인 시아버지 앞으로 명의를 맡겼던 것』이라며 세금부과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땅은 시아버지 金씨가 농사를 지어 30년전 어렵게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원고가 상속 또는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명의신탁 해지를 가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李相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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