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내용없는 퀴즈프로 남발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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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문)『뚱보의 상징인 동물은?』 (답)『돼지.』 (문)『손목아래에 있는 것은?』 (답)『손.』 (문)『이불밑에 깔린 것은?』 (답)『요.』 저학년 국민학생들이 주고 받는 문답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MBC-TV『데이터쇼 이것이 궁금하다』의 한장면.퀴즈프로 내용이 이쯤되면 시청자는 열심히 문제를 내는 MC나 열심히 답하는 유명 연예인들 보기가 민망해진다.
이 프로엔 눈을 씻고 찾아도 「데이터」(증명.판단.결론을 뒷받침하는 기초자료란 뜻)랄게 없다.그림을 보고 한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사건 데이터」코너도 한마디로 황당무계한 숨은 그림찾기다.
더욱이 출연자에겐 자세히 보이면서도 시청자의 TV화면에선 불분명하게 보이는 그림은 게임에서 시청자를 제외하고 출연자들끼리만 즐기게 한다.
요즘 TV엔 퀴즈프로가 넘쳐난다.오전 주부대상 프로는 물론이고 거의 매일 오후 7시대면 MBC『데이터쇼…』를 비롯해 『도전 추리특급』,SBS『전격 테크노퀴즈』『대결 20/40』등이 시청자들과 대면한다.문제는 이들 퀴즈프로가 대부분 오락성에 지나치게 치중,「퀴즈」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엉성한 쇼프로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SBS가 첨단 컴퓨터그래픽을 이용,새롭게 시도한 『전격 테크노퀴즈』도 요란한 기법만 새로울 뿐 내용이 국민학생수준에 그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놀고먹는 여자는?』『백조』등으로 이어지는 퀴즈프로 문답에서 시청자는 난센스퀴즈가 주는 어떤 재치도,새로운 흥미도 느끼지 못한다.
또 똑같은 방법의 낱말조합 코너등 『데이터쇼…』나 『전격…』나 내용도 비슷해 차별화된 모습을 찾아 보기 어렵다.SBS『대결 20/40』도 여러명의 남자들중 중국사람 찾아내기등 스스로「황당대결」코너를 마련했을만큼 내용은 황당한게 대 부분이다.
또 진행도중 본 프로와는 상관없는 自社 프로가 천역덕스럽게 인용.소개되거나 『야』『너』등 툭툭 튀어나오는 출연진들의 걸러지지 않은 언어도 경박스러움을 더해준다.
엉성한 퀴즈프로 난립의 이면에는 비교적 싸게 드는 제작비와 안정된 시청률이라는 계산이 자리잡고 있다.
퀴즈프로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한 방송관계자는 『본래 퀴즈프로는 상식과 추리력을 발휘하면서 온가족이 즐길 수 있게 기획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소재빈곤.시청률 때문에 흥미위주로 제작된다』고 털어놓았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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