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함께>연기자 끼 철철 조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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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작은 체구지만 넓은 보폭의 당찬 걸음걸이가 오히려 자연스러운여인이 한명 들어서자 편집국안이 갑자기 환해진다.
탤런트 趙敏修(27).
뭇남성들의 시선이 모여 뒤통수가 가려울 듯도 한데 눈길을 정면에 고정하고 일순도 흐트러짐 없이 걷는 모습에 연기자로서의 「끼」가 흘러넘친다.
경복여상 졸업후 86년 KBS『TV문학관-불』로 탤런트 입문을 했으니 연기경력 8년의 중고참이지만 출연작품수는 양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밖에 되지않는다.
『지금도 KBS의「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만 하고있어요.얼마전SBS추석특집 신파극「아리랑」을 찍은 것 말고는요.너무 자주 나오면 시청자들이 식상하잖아요.하루이틀 하다말 것도 아닌데….
』 작품수는 적은 반면 선굵은 마스크때문인지 개성이 강한 배역들만 주로 맡아 저돌적이고 당찬,때로는 당돌하기까지 한 연기자로 각인돼 있다.
『저를 호스티스 단골 연기자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요.비련의 여인에서부터 덜떨어진 푼수,여검사까지 두루 해봤고 호스티스役은 MBC「산바람」에서 딱한번 해봤어요.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것은 좋지만 끊임없는 변신이 생명인 연 기자에게는 오히려 마이너스인 것같아 속상해요.』 변신을 위한 노력에서 그녀의 끼는 또한번 쉽게 발견된다.
『어떤 배역을 맡으면 그 작품을 하는 동안 그런 인간형이 돼살아요.푼수役을 맡았을땐 실실 웃으며 거리를 걸어다니다 정신나간 여자로 취급받은 적도 있고 검사役을 맡고는 목에 힘을 주고거만도 떨어보다 건방지다는 소리도 들었어요.』 이같은 천성적인끼에 영화계에서도 군침을 흘려 출연섭외가 많이 들어왔지만 대부분 거절,이규형감독의 『난 이제 깜짝 놀랄 짓을 할꺼야』등 3편이 그녀의 영화나들이 전부다.
『당시에는 우리 영화판이 여배우 옷벗기기 경연장이었잖아요.그래서 하기가 무서웠어요.비밀이지만 벗어봐야 별로 보여줄 것도 없거든요.
글래머도 아닌데 괜히 벗었다 팬들이 실망하고 눈을 돌려버리면어떡해요.이제는 풍토가 많이 바뀌었으니 좋은 역할이 있으면 한번 해보고 싶어요.』 특히 연극에 관심을 보인다.좋은 작품.좋은 연출자가 있으면 소개시켜 달란다.
***학생때는 순진한 여자 연기의 참맛을 이제 조금 알것 같고 그러다보니 연기에 대한 새로운 정열이 새록새록 피어난다는 조민수는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허전함 탓이기도 한 것같다고 고백한다.
『고3때 비서직 추천서가 많이 들어왔어요.제가 생각해도 그때는 얌전하고 순진한 구석이 있었거든요.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주위에서도 그렇게 말들 하구요.친구말이 만약 제가 비서가 됐다면 지금쯤 모시던 사장의 애첩이 돼있거나 아니면 사장의머리카락을 모두 뽑아버리고 그만뒀을 거래요.할말 못하고 묻혀지내는 것은 잠시도 견딜 수 없는 성격이거든요.』 솔직해서 아름다운 조민수.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요리조리 피해가며 「세상사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문득 그러한자신의 모습이 싫어질때가 있단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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