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수포헤비급 "메달 주인을 찾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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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메달 주인을 찾습니다』-.
지난9일 오후 잠실 실내체육관.제26회 전국아마복싱 우승권대회 결승전이 끝나고 곧바로 시상식이 진행됐다.비록 국가대표가 빠진 대회라곤 하지만 맞고 때리는 홍역끝에 얻은 메달인지라 입상선수들의 모습은 자못 상기돼있었다.
그러나 李賢成(온산종고)은 달랐다.슈퍼헤비급(91㎏이상)우승을 차지했지만 기쁜 내색은 커녕 되레 객쩍은 표정이었다.인터뷰요청에도 모르는 척.『쑥스러워요.처음도 아니고….』 사실 李는다른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아 링에 올라보지도 못한 채 우승을 거저 주웠던 것.그는 지난7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파견선발전에서도 단독출전,경기없이 우승을 차지해 본의아니게「無전적 전국대회2관왕」이란 진기록을 남겼다.
이같은 현상은 슈퍼헤비급의 선수층이 워낙 얇기 때문.현재 복싱연맹에 등록된 슈퍼헤비급선수는 李를 비롯,국가대표 安正鉉(장흥군청).前국가대표 鄭承原(대전중구청).池黃大(수원대).尹俊孝(용인대).吳寧敎(아리랑체).李강언(대천고)등 고 작 7명정도다.그나마 몇몇은 헤비급(81~91㎏)과 슈퍼헤비급을 오락가락하고 安과 鄭등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실력파도 드물다.
올들어 열린 6차례의 각종 국내대회에서 슈퍼헤비급에 3명이상출전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그러다보니 슈퍼헤비급 7명은 승패나 전적에 관계없이 모두 전국대회 준우승이상을 차지한 셈이 됐다. 때문에 복싱관계자들은『링안에서 메달주인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링밖으로 모시러 다녀야할 판』이라고 쓴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鄭泰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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