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부의 장보기 여기가 값싼 전문시장-서울 중부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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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생선을 꾸들꾸들하게 살짝 건조한 「건작」,오징어에서 대구까지먹기 좋게 잘게 썰어 파는 각종 「채」.
건해물 전문시장인 서울 중부시장(중구오장동에 위치)의 8백33개 점포에는 손꼽을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해물들이 수북히 쌓여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멸치만해도 크기와 용도에 따라 수십가지가 진열돼 있는데 한반도의 3면바다에서 나오는 것이면 아무리 희귀한 것이라도 없는 것이 없는 국내 유일의 건해물전문시장이 중부시장이다.
중부시장이 개장한 것은 지난 57년.
개장당시 일반 종합시장으로서 李承晩대통령까지 참석할 정도로 세인의 관심을 끌었으며 이후 동대문과 남대문의 건어물상인들이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65년께부터 30년간 건해물 전문시장으로 자리를 굳히게 됐다.
특히 70년대말에는 전국의 건해물 소매상인들이 모여들어 전성기를 구가하다 85년 가락동도매시장이 생기면서 3백여 상인들이옮겨가는 바람에 다소 위축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일원 도매시장의 기능을 담당하면서 건해물 전문시장으로서의 명성은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상인연합회 金相萬 사무장은 『중부시장은 다른 농수산물시장과는달리 수집상이라는 것이 없이 생산자와 상인이 직접 거래하는 가장 현대적인 유통단계를 형성하고 있는 곳』이라며 『제도시장인 가락도매시장의 경우 「경매」라는 유통단계를 하나 더 거쳐 가격이 아무래도 이곳보다 비싸다』고 말했다.
시장내 각점포들이 비슷비슷해 큰 차이는 없지만 북어를 전문취급하는 「서울」.「영화상회」,국내산 오징어만을 고집하는 「대아물산」,김(해태)이라면 첫째라는 「한보」.「일신상회」,조기를 중부시장에서 가장오래,가장많이 취급했다는 「성신상 회」등은 동료상인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난 점포들이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건해물이 중부시장에 경쟁적으로 출하되는 바람에 품질이 우수하고,동일품목을 취급하는 점포가 많게는 수백개에 이르는등 점포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똑같은 제품이라도 일반시장보다 20~30%는 더 싸게 살수있다.
상인들은 「솔직히 말해」 마진율이 5%를 넘지 않는다는 주장이나 이 말을 믿지 않더라도 실제가격이 다른 어느곳보다 싼 것만은 사실이다.
김이나 미역같은 일부 품목은 가격경쟁이 아주 심해 생산자 출하가격에서 3%이상의 이윤을 남길수 없다고 한다.
이에따라 종교단체나 여성단체,심지어 일부 백화점에서까지 바자회등을 개최할때면 반드시 중부시장에 찾아와 물건을 구입해 가기도 하는데 추석을 열흘남짓 앞둔 요즘은 차례상을 마련하기 위한주부들의 발걸음까지 가세해 성시를 이루며 연중 최대 물량이 거래되고 있다.
건해물도 싱싱한 생선등과 같이 고유색깔이 선명한 것이 품질이좋은데,장마철에 말린 것이나 1년이 넘은 재고품일 경우는 우선색이 조금 바랜듯이 보이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새벽4~저녁5시 개점 고를땐 한번씩 집어먹어볼 필요도 있다. 물론 해물 고유의 냄새가 강한 것이 양질의 물건이다.
중부시장은 오전4시에 문을 열어 빠른 점포는 오후2시부터 문을 닫기 시작해 오후5시면 완전철시하므로 일반시장과 같이 생각하고 오후 느지막하게 시장에 나오면 헛걸음치기 쉽다.
〈金是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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