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無대책 사회는 無관심 노인문제 이대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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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버림받는 노인들을 이대로 버려둘 수밖에 없는가.
구순노모를 더이상 모시기 어려워진 칠순아들이 노모를 목졸라 죽인 충격적인「신판 고려장」사건을 계기로 갈수록 더해가는 소외노인들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무대책.무관심에 새삼스런 반성이 일고있다.
성장한 자녀들이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가정이 농촌에서 갈수록 늘고 도시에서도 자녀들의 부양기피나 푸대접으로 노후를 불행하게 보내는 노인들이 많지만 정부나 사회의 대책은 거의 없다시피하기 때문이다.
일 부에서는 싱가포르가 추진중인「효도법」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노인인구 증가=보사부에 따르면 65세이상 노인인구는 93년현재 5.4%이나 2021년에는 13.1%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그림참조〉 90년의 경우 65세이상 노인은 전체인구의4.98%이나 농촌만 따지면 전체의 10.27%에 달하는등 노인인구 비중은 특히 농촌에서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우리나라의 단독가구는 전체의 9%이며 그중에는 60세이상 노인단독 가구가2 7% 27만5천여가구나 돼 농촌의 경우 노인이 부부 또는 혼자서 살거나 노인이 노인을 모시는 기현상이 속출하고 있다.이때문에 이번과 같은「현대판 고려장」사건이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않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또 도시지역에서도 자녀들이 모시기를 거부하거나 자식부부등의 푸대접을 의식해 따로 사는 노인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노인들은 거동만 불편해도 스스로 식사.빨래등을 도와줄 사람이 없어 고통받는것은 물론 자녀나 이웃의 무관심속에 숨져 뒤늦게 발견되는가 하면 강.절도같은 범죄의 대상이 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등의 사례가 잦다.
◇노인사고=지난달 14일 오후4시30분쯤 서울동대문구이문동 黃秀環씨(76)집 안방에서 黃씨가 심하게 부패된채 숨져있는 것을 한달만에 이웃에 사는 金재남씨(49)가 발견,경찰에 신고하는등 지난달 한달동안 서울에서 5명의 노인이 숨진 지 5~10일후 발견됐다.
黃씨의 경우 6년전 부인이 사망한뒤 두딸을 출가시키고 혼자 살면서 고혈압.중풍치료를 받아왔으며 이웃들은 한달째 黃씨가 보이지 않았는데도 숨진 사실을 몰랐다.
역시 지난달 10일 서울 종로구연지동 李모씨집에 혼자 세들어살다 숨진지 5일만에 발견된 宋禮永씨(70)도 아들(35)이 4년전 결혼한뒤 혼자 방을 얻어 아들이 매달 보내주는 용돈으로살아오다 외로이 숨졌다.
◇정부대책=정부는 경로효친사상을 앙양하기 위해 65세이상 노인우대제도 실시,노령수당 지급,노인을 모시는 가정에 대한 상속세 면제,무의탁 노인들에 대한 지원등 시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노인대책은 정부예산 부족등으로 제대로 이뤄지고있지 않은 실정이다.특히 노인들의 취업이 극히 부진해 노인들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92년의 경우 노인능력은행에서 7만여명에 대해 취업을 알선했으 나 급여수준이낮고 노인들에 걸맞은 직종이 적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있다. 노인문제 전문상담기관인 사회복지법인 은초록 宋金泉과장(30)은『젊은 세대들이 부모를 모시는 것을 기피하는 것은 경제적인 부양능력이 부족하고 신.구세대의 갈등이 심한 것이 주요인』이라고 진단하고 정부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인륜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싱가포르의「효도법」같은 방안도 검토해볼만 한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말했다.
〈金泳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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