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재오 발언은 오만의 극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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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의 극치라고 본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일 이재오 최고위원을 직접 겨냥해 이렇게 말했다. 이 최고위원이 지난달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당내에 이명박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 좌시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것을 놓고서다. <본지 10월 29일자 1면>

국회 환노위 소속인 박 전 대표는 이날 국정감사를 위해 국회에 나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무성 의원이 최고위원에 지명됐다. 화합책에 만족하나.

"원래 그렇게 하기로 돼 있었는데 (조치가) 너무 많이 늦어진 것이다."

-이 최고위원의 강경 발언을 어떻게 보나.

"…."

-(재질문) 심한 발언 아닌가.

"그래서 어쩌라고요. (웃음, 잠시 후) 너무 오만의 극치라고 본다.(이 부분에서 박 전 대표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명박 후보 측이 면담을 요청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만나자고 한 적 없다."

이후 기자들이 "이 후보 측의 배려가 부족하지 않나"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설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한나라당에서 이 최고위원에 대한 사실상의 사퇴 요구로 받아들여졌다. 이 최고위원의 발언 파문이 커지자 이 후보 측은 최고위원직 지명을 박 전 대표에게 일임하는 화합책을 내놨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그 문제와 이 최고위원의 거취는 별개라는 취지로 답한 것이다.

박 후보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박 에스더입니다'에서 "최고위원 한 자리를 두고 화합 얘기를 하긴 힘들 것 같다"며 "박 전 대표가 직접 '오만의 극치'란 표현을 쓴 만큼 이 후보가 당 화합의 걸림돌을 제거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할 상황"이라고 요구했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이 후보 측이 가시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화합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이 최고위원의 사퇴는 화합의 가장 기본적 전제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최고위원에 임명된 김무성 의원은 "한나라당으로의 정권 교체에 최우선적 가치를 두겠다"며 "말로만 화합이 아닌 실질적 당내 결속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측근은 "이 후보 측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니까 선심 쓰듯 화합책을 내놓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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