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감독 음악적 권위 佛국민들 인정한 셈-정명훈 명예퇴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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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달 12일 오페라 바스티유가 鄭明勳음악감독을 불법해임함으로써 시작된「바스티유 사태」는 鄭감독이 법정승리를 통해 명분을되찾고 명예퇴진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바스티유측이 1심 판결을수용,鄭감독의「시몬 보카네그라」공연을 인정하는 대신 鄭감독은 바스티유측의 일방적인 계약파기를 더 이상 문제삼지 않고 수용키로 한 것이다.
지난92년 鄭감독과 체결한 계약 자체를 무효라고 주장해온 바스티유측은 7일 항소심 법정에서 이를 유효하다고 시인,訴를 취하함으로써 鄭감독의 도덕적 명분은 어느 정도 회복됐다고 할 수있다. 양측은 6일 항소심에 들어간 직후부터 법원의 중재로 막후접촉을 벌여 鄭감독의 무보수 봉사라는 파격적 제의에도 불구하고 바스티유측은 鄭감독과의「동거」는 불가능하다는 종전의 입장을끝내 고집했다.바스티유측은 그러나 지난달 29일 파리 긴급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여 鄭감독에게 오는 19일부터 공연될 94~95년 시즌개막 작품「시몬 보카네그라」를 지휘할 수 있는 권리를인정하는 한편 공연이 끝나면 곧바로 계약파기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鄭감독은 계약문건에 명시된「파기조항」을 물고늘어진 바스티유측에 어쩔 수 없이 白旗를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됐다.이 조항은 바스티유측이 일방적으로 계약파기를 원할 경우 1년전에 사전고지하고 2년치 보수에 상응하는 배상금을 지급하면파기가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鄭감독은 7일 항소심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항변했듯이 바스티유측이 파기에 따른 법적절차를 밟을 경우 별다른 대응수단이 없다는 점을 인식,명예퇴진을 선택했다.바스티유측은 특히 경영정상화라는 명목으로 鄭감독의 고액보수를 부각시켜 이 사태를「돈타령만 하는」鄭감독의 독선에서 비롯된 것으로 왜곡시켜왔다. 鄭감독의 무보수 봉사라는 획기적 제안에도 불구하고 계약파기를 강행키로 한 바스티유측의 이율배반적 태도는 이 사태가 鄭감독에게 부여된 음악재량권을 빼앗고 권력을 독점하려는 신임단장의 의도에서 빚어진 것임을 입증하는 것이다.이번 사태 를 통해 鄭감독이 예술적으로 단원들은 물론 프랑스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있음을 확인한 것은 부수적 효과라 할 수 있다.비록 부결됐지만 단원들은 鄭감독을 위한 동조파업을 시도했으며 오페라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자발적으로 뭉쳐 후원회를 만드는등 鄭감독의 음악적 권위에 대해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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