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에게 묻는다] (20) 배당·대형주 ‘혼혈’ … 수익률 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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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아주 잘하거나 혹은 너무 못하거나…. 그래야 눈에 띈다. 펀드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려면 수익률 1등을 하거나 꼴찌로 추락해 원금을 까먹으면 된다. 어중간한 성과는 묻히게 마련이다. 하나UBS자산운용의 ‘하나UBS배당60주식’ 펀드도 그런 부류다. 이름도 단조롭다. ‘하나UBS’가 내놓은 ‘배당’에 ‘60’% 이상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란다. 잘하기는 하는데 특별히 잘해 주목받지는 못한다. 1, 2, 3년 수익률이 모두 100개 중 20위 안팎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안정적으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성창훈(39·사진) 매니저를 만났다.

-성과가 안정적인 비결은.

“따로 없다. 상반기만 해도 잘나가던 중소형주 펀드들이 지금은 죽을 쑨다. 당연하다. 시장이 언제나 한 방향으로 갈 수 없다. 특정 부류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스타일 펀드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최상과 최하를 오간다. 반면 이 펀드는 배당주와 대형주 성격이 혼합됐다.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위험관리가 잘 된다.”

-편입 종목 수는. 매매는 얼마나 잦나.

“현재 60여 종목이 편입돼 있다. 많은 것은 5%, 적은 것은 1% 정도 들고 있다. 최근 1년 기준 매매회전율은 115%(100%면 한 번 사고 판다는 의미)다.”

-배당주 펀드인데 배당 많이 주는 우선주가 없다.

“1993년부터 대한투자신탁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해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면서 거래없이 전 종목이 하한가로 추락하는 걸 봤다. IT 거품 이후 폭락 장세도 경험했고. 투자자는 돈을 달라고 하는데 팔 수 없어 난감했던 경험이 있다. 우선주가 배당을 많이 주고 보통주보다 싸게 거래되는 등 장점이 많다. 그렇지만 거래량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 팔 수가 없다.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유동성이 없으면 안 산다. 위험 관리다. 위험을 짊어지느니 덜 먹는 쪽을 택한다.”

-운용하는 펀드 수가 너무 많다(현재 펀드 31개, 1조2000억원을 굴리고 있다).

“숫자만 보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스타일이 비슷하다. 스타일이 같으면 한 펀드나 마찬가지다. 매니저 혼자 배당주·중소형주·대형주·가치주 펀드를 운용하면 문제될 수 있겠지만 내 경우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기업 탐방은 자주 하나.

“기업에 대해 잘 아는 건 애널리스트다. 그렇지만 더 잘 아는 사람은 그 회사 직원이다. 건너 듣는 것과 직접 듣는 건 다르다. 영화평론 읽었다고 영화 봤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나.”

-UBS와 합병 뒤 달라진 점은(UBS가 대한투신운용을 인수합병해 7월 말 하나UBS자산운용을 출범시켰다).

“펀드 운용에는 변함없다. 지켜봐 달라.”

-투자자들에게 한마디.

“펀드 가입 전에 2∼3년 장기 수익률을 봐라. 안정적으로 수익을 냈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설정액 추이를 살펴라. 설정액이 급격하게 늘거나 주는 것은 펀드 운용에 부담이 된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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