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 각국비준 지지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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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 ○… ○… ○… ○… ○… 6일 말레이시아가 세계무역기구(WTO) 설립협정을 비준함으로써 WTO의 출범을 공식승인한 나라는 30개국으로 늘어났다.이들중 그리스.모로코.쿠웨이트 등 국내비준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는 22개국은 지난 4월마라케시 각료회의 당시 일찌감치 확정서명을 한 바 있다.국내에서 비준을 완료한 나라는 따라서 8개국.비준을 요하는 1백3개국의 7.8%에 불과하다.비준을 미루고 있는 나라들은 美國과 獨逸.英國을 제외한 유럽연합(EU) 회원국,日本등 주요 강대국들. 우리 나라는 연내 비준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난항이 예상된다. …○ …○ …○ …○ …○ …○ …○ WTO의 비준이 이렇듯 부진한 가운데 WTO가 40여년전 실패로 끝난「국제무역기구」(ITO)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하고 있다. 2차대전이 끝난 후 美國 등 주요 무역국들은 무역개방.
관세인하.국가간 분쟁해결 등을 목적으로 ITO란 강력한 기구의설립을 추진했다.1948년 3월 수년을 끈 협상끝에 각국 대표는 아바나에 모여 ITO협정을 탄생시킨다.
각국은 미국이 이 새로운 기구를 승인하기만을 기다렸다.트루먼美대통령은 그러나 戰後유럽 재건계획인 마셜플랜과 당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韓國문제에 매달려 있던 의회에의 상정을 차일피일미뤘으며 美상원은 상정된 협정승인을 위해 단 한 번의 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않았다.『포괄적인 국제무역협정을 탄생시키기 위한역사상 가장 의욕적인 시도는 그렇게 조용히 막을 내렸다.』 52년에 출간된『ITO의 종말』의 저자 윌리엄 디볼드 주니어는 그의 책에서 이렇게 썼다.
미국과 쌍무협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을 비롯,세계는 또다시 미국이 WTO협정을 비준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美.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두 나라의 동정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올 여름안에 협정이행법안이 통과되기를 희망했던 클린턴행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WTO협정은 美의회의 저지선을 뚫는 데실패했다.美의회는 보호주의 성향이 강한 데다 관세인하로 인한 세수감소,대통령의 신속처리권한 연장 등이 논란이 됐다.
봅 돌 美상원 공화당 원내총무는 지난 달 29일 아예 공개적으로 의회의 비준을 내년으로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공화당진영은협정비준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클린턴에게 정치적 승리를 안겨줄 것이란 점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EU의 경우 유럽執行委와 회원국간에 통상문제를 둘러싸고 권한문제가 돌출,비준이 지연되고 있다.
2일 피터 서덜랜드 관세무역일반협정(GATT)사무총장은 강대국들에 WTO협정비준을 서두르지 않으면 협정 자체가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美이탈땐 구도 대변동 美의회가 이번에도 비준을 기피한다면 WTO는 ITO의 「死産」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미국은EU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WTO가 외면하기엔 너무 큰 나라기 때문이다.
미국이 WTO를 이탈할 경우 무역자유화의 꿈은 사라지고 세계는 지역단위의 무역블록으로 재편될 지도 모른다.예정보다 지연되고 있으나 美國의 WTO비준은 아직까지는 낙관적이다.
〈李必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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