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락하는 국가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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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金泳三정부 출범후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들은 얘기가 국가경쟁력 강화다.어떤 경제정책이든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는 설명이빠진 적이 없었다.그런데도 나라밖에서 보는 韓國의 경쟁력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스위스국제경영연구소(IMD)와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94년 세계경쟁력보고서는 한국의 경쟁력을 분석대상 41개국중 24位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아시아의 네마리 龍으로 지칭되는 싱가포르.홍콩.臺灣은 물론,말레이시아와 칠레.泰國 보다도 낮은 순위다.18개 開途國중 7위다.91년 3위로 평가받은 것을 정점으로 해마다 뒤로 밀리고 있다.
특히 국제화와 금융부문에서는 39위,정부부문은 30위라는 참담한 평가가 내려졌다.각국의 기업경영인들은 한국을 금융시장의 자율성이 제일 없는 나라,기업투자때 정부간섭이 가장 많은 나라,정부 간여없이 외국기업과 합작하기가 가장 어려운 나라로 보고있다.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도와주어도 시원찮을 정부가 도처에서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그동안 그토록 강조했고,수많은 대책을 내놓은 국제화.금융자율화.행정규제완화의 결과가 이런것인지 自愧感마저 들 지경이다.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살리기 위한 행정규제의 완화는 세계적 추세고,우리도 이를 따른다고 떠벌렸지만 달라진게 없다.나라밖의 주관적 평가라고 格下시킬 문제가 아니다.청와대 경제규제완화점검단이 模擬 기업활동과 표본조사를 통해 분석한 결과도 똑같다.제조업의 창업에서 판매까지 각종 규제를 헤쳐나가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2년이 넘는다.
86년 이래 경쟁력 1위를 지켜온 日本이 3위로 떨어진 것을주목할 필요가 있다.정부부문에서 일본에 대한 평가는 지난해 4위에서 17위로 급전직하했다.규제완화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내세우면서도 관료亡國論이 나올 정도의 지도와 간섭 이 개선되지 못해 나온 평가다.산업연구원은 우리가 그런 日本만큼이라도 규제가 완화되면 국민총생산이 3~12%정도 오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걸핏하면 갖가지 이유를 들어 기업의 발목을 잡는 정부의일대 사고혁신 없이 국가경쟁력 강화는 요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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