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에서>소모성 스카우트 이제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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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요즘 야구판은 한국.미국 할 것없이 꽤나 시끄럽다.우선 미국쪽은 선수조합의 파업이 계속돼 야구구경을 할 수 없는 형편이고한국쪽에선 올림픽 대표선수확보라는 명분아래 진행되는 현대쪽의 싹쓸이 스카우트가 문제가 되고 있다.
단순히 야구팬의 입장에서 보자면 미국쪽의 파업이 더 답답하다.구단쪽이 1억달러이상 손해났다는둥 선수쪽도 5천만달러이상 손해가 났다는둥 주장하나 돈계산에는 별로 흥미가 없다.다만 일주일에 두세번 AFKN을 통해서 볼수있던 메이저리그 관전의 재미를 빼앗겨버린 것이 서운할 뿐이다.
이에 비하면 올림픽대표선수를 둘러싼 스카우트시비는 야구팬들에겐 오히려 재미있을 뿐이다.그렇다고 프로야구나 대학야구경기 안하는 것도 아니고 누구는 3억원에 프로로,누구는 5억원에 현대로 하는 스카우트싸움이 오히려 흥미있을 뿐이다.
그러나 야구인이나 구단쪽 입장에선 메이저리그 파업은 바다건너불이고 대표선수 스카우트싸움이 당장 발등의 불이다.올해와 같은식으로 내년에도 현대,아니면 제2의 현대그룹이 나타나 대표선수들을 싹쓸이 해간다면 이건 보통문제가 아니 다.8개 프로구단의선수수급도 문제려니와 도대체 스타없는 프로야구를 누가 보러 올것인가. 같은 돈싸움이지만 미국쪽은 양쪽이 서로 인정하는 중재자를 선임,어떻게든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그러나 우리나라쪽은 어느편도 중재자를 찾으려 하지 않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저쪽은 비스니스이고 이쪽은 다분히 감정싸움같다. 『아주 속이 후련합니다.1년에 돈1억~2억원 지원해 주는걸 거지 동냥하듯 하더니 이젠 프로 눈치 보아야할일 없잖아요.』 아마협회 어느 중진임원의 솔직한 고백이다.
한때 아마협회는 연간 2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는 조건으로프로8개구단의 그룹사 사장들이 아마협회 회장직을 돌아가며 맡아달라고 애원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이 제의를 매몰차게 거절해버린 프로쪽은 이제 그 돈의몇배이상을 스카우트싸움에 쏟아넣어야 하게 됐다.자승자박이랄까.
아마협회장이 야구인 출신이었을 적엔 그래도 대화의 통로가 있었다.같은 야구인들이라 선후배도 있고 원로들도 있어 얘기할 길이 있었다.현재의 상황은 이런 길마저 막혀있다.
우리도 빨리 양쪽이 인정하는 중재자를 찾아 쓸데없는 소모전을끝내야 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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