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 첨단군사과학 걸작품 나는 배(飛船)실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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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비행기인가,배인가.」 베일에 가려져있던 舊소련의「飛船」이 최근 모습을 드러냈다.최고시속 7백24㎞에 옆날개며 뒤꼬리가 영락없이 대형항공기를 닮아 첫눈에 일반 비행기로 착각하기 쉬운비선은 그러나 물위를 스치듯 나른다는 점에서 이 름처럼 배라는꼬리표를 완전히 떼지는 못했다.
러시아말로「에크라노플레인」이라 불리는 이 비선은 舊소련의 첨단군사과학이 낳은 걸작물로 그동안 서방세계에는 좀처럼 공개되지않았다.소형훈련기만한 것부터 5백44t의 대형항공기 규모까지 크기도 다양한 에크라노플레인이 일반 항공기와 결정 적으로 다른점은 수면 혹은 지상 4~9m높이에서만 비행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이는 물리학에서 말하는「지면날개효과」(WIG)를 이용한 것으로 지면과 날개의 거리가 적당히 가까우면 양력(위로뜨는힘)은 커지는 대신 중력에 의해 땅으로 끌리는 힘은 줄어들어 비행하기 쉬운 여건이 만들어 진다.
WIG효과는 오래전에 발견된 것으로 美 육군도 이를 응용,수송선 혹은 수송기를 개발하려 했으나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에서 일찍이 포기했다.그러나 舊소련은 연구를 거듭,제트엔진의 배기가스를 날개밑으로 분사함으로써 양력을 키워 실용화에 성공했다.러시아는 이 비선을 해상초계와 대잠수함작전,군수물자의 수송 등에사용해 왔다.
비선의 사용이 이처럼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것은 일반 여객기나 수송기와는 달리 지상비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선은 바다를 가로질러 섬과 섬사이,항구와 항구사이를오가는데 유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 경우 비선은 일반 여객기나 수송기가 갖지 못하는 독특한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즉 한꺼번에 4천~6천t에 달하는 엄청난 무게 의 승객 혹은 화물을 싣고서도 큰 무리없이 수상비행이 가능하다.보잉 747의 경우,총중량 4백t이하라야만 이륙이 가능할 뿐아니라 이중화물총량은 50t도 못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선의 이같은 수송능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다.미국 버지니 아에 본사를 둔 에어로콘社는 이런 비선의 매력에 한껏 반해 러시아 당국에 협력사업을 요청해 두고 있다.또 美국방부도 뒤늦게 러시아의 비선기술이한발 앞선 점을 인정,자금을 대줄 계획이다.미.러 양측은 최근이같은 대용량 수송을 위해 실시한 컴퓨터 모의실험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오자 이에 고무돼 활발히 비선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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