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고생 셋, 2년반 동안 방학 잊고 번역 『지구 온난화의 비밀』 한글로 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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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해 미국 수학여행 때 저자인 조지 필랜더 프리스턴대 교수와 만나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반창현·김신군, 필랜더 교수, 최은솔양.

“3년 가까이 책을 번역하느라 많은 것을 포기했는데 막상 출판된 책을 보니까 제 자신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고등학생들이 지구온난화의 과학적 배경을 다룬 교양서적을 번역해 출간했다. 대학생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수준 높은 책이다. 주인공은 강원도 횡성의 민족사관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신·반창현·최은솔(18) 학생이다.

김군 등은 미국 프린스턴대 지구과학과 조지 필랜더 교수의 『지구 온난화의 비밀』(도서출판 민사고)을 2005년 4월부터 최근까지 2년여라는 시간을 들여 번역했다. 이 책은 필랜더 교수가 강의한 내용으로 기후·해양·천문학 등 자연과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민사고 김정무(52) 지구과학담당 교사로부터 이 책을 소개받았다. 김군은 “3년 전만 해도 국내에 지구온난화의 과학적 배경을 설명하는 책이 드물었다”며 “세 명이서 이 책을 원서로 읽으면서 세미나를 하다가 아예 번역을 해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들 토플 만점에 가까운 영어실력을 갖췄지만 번역은 쉽지 않았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최양은 “엘니뇨·라니냐 같은 기상현상을 설명한 부분은 수업시간에 배우지 않은 것이어서 번역하기가 어려웠다”고 기억했다. 서로 의견이 엇갈릴 때에는 다수결로 해결했다고 한다. 김군은 “조금씩이라도 매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하루 40분 정도씩 점심시간을 활용했고, 방학 때에도 모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미국 수학여행 때 필랜더 교수를 직접 찾아가 만났고, 어린 학생들이 번역하겠다는 말에 필랜더 교수도 흔쾌히 허락했다고 한다. 이 책의 판권은 프린스턴대학 출판사에서 갖고 있었는데, 플랜더 교수가 한국어 판권만을 받아서 이들과 직접 계약했다. 필랜더 교수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어린 과학자들의 헌신적인 수고와 전문가 못지않은 노력에 감사를 표한다”고 썼다. 번역 원고는 김 교사와 연세대 대기과학과 김준 교수가 감수했다.

 김 교사는 “원래 내가 번역하려다가 아이들에게 맡겼는데 제대로 한 것 같다”며 대견해 했다. 이들은 현재 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김 군은 경제학, 반군과 최양은 환경과학에 관심이 많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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