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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가 람보냐" 英평론가 연주 혹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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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사라 장ㆍ27)가 24일 영국 글래스고 공연이 끝난 다음 영국 글래스고에서 발행되는 ‘더 헤럴드’에 실린 리뷰에서 거의 험담에 가까운 혹평을 받았다. 이 신문은 “차라리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협연자로 나서는 게 더 좋을 뻔했다”고도 썼다.

24일 영국 글래스고 로열 콘서트홀에서 열린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사라 장)와의 협연이 끝난 후 ‘더 헤럴드’의 수석 음악평론가 마이클 터믈티(Michael Tumelty)는 장영주가 비발디의‘사계’를 무참히 난도질했다며 음악평으로는 이례적으로 자극적인 표현까지 구사해가며 실망감을 표했다.

신인에게는 다소 관대하지만, 유명 스타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치 까다로운 비평의 잣대를 들이대는 게 평론가들이 취하는 태도다. 하지만 장영주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점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에서 장점은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비음악적인 연주’로 몰아갔다. 도대체 이날 연주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리뷰의 필자인 마이클 터믈티는 자신의 글을 ‘리뷰’라고도 하지 않고 단순한‘리포트’라고까지 했다. 다음은‘더 헤럴드’에 실린 리뷰의 전문이다.

“별점 평가: ★★★ (만점은 별 5개)
음악애호가는 말할 것도 없고 조금이라도 느낌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계 미국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이 수요일 저녁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들려준 연주회에 대해 위의 별점 평가를 보고 흥분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보자. 별 세 개를 받을 정도면 훌륭하고 음악적이고 짜임새를 갖춘 탄탄한 연주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몫이다. 사라 장, 그리고 비발디의 ‘사계’에 대한 그녀의 해석에 관해선 엄중 처벌 원칙만 존재할 뿐이어서 별 한 개 정도밖에 줄 수 없다.

여기엔 해석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그녀의 연주를 그냥 글로 옮겨 보자. 그는 내가 지금까지 들었던 연주 중에서 가장 불쾌하고 가장 서투르고 공격적인 바이올린 연주법으로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방탄(bullet-proof) 세트를 난도질하고 잘라냈다.

발을 구르고 다리를 차고 왼손 손가락으로 바이올린 지판을 때리면서 내는 타악기적 효과가 연주해야 할 음표보다 더 크게 들렸다. 어떤 부분에서는 악보상의 음표를 마음대로 음정을 바꿔서 연주하는 바람에 그녀가 에릭 클랩턴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정말 끔찍한 사운드와 람보 스타일의 속도로 그녀는 비발디의 협주곡 4개를 무참하고도 잔인하게 다루었다. 당황스럽고 모욕적이며 지리멸렬한 자기 멋대로의 넌센스의 잡동사니였다.

이쯤 해두자. 눈앞에서 음악이 산산조각 나는 와중에도 침착하게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음악에 몰두한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파니 곤레이(Stephanie Gonley)와 그녀가 이끄는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들이 연주한 바흐의‘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제3번’과 차이콥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덕분에 이날 음악회가 제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원문보기

**장영주는 이달초 EMI 레이블로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사계’를 출시한 데 이어 같은 레퍼토리로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유럽 순회공연 중이다. 5일 아인트호벤, 7일 우트레히트, 10일 몽펠리에, 11일 아미엥, 15일 빌바오, 18일 발렌시아, 19일 레온 등을 거쳐 12월 2일까지 영국과 아일랜드를 순회공연한다. 한편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11월 4일 통영 국제음악제, 11월 6∼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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