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美日 접근 놀랄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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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일 美國으로 떠난 韓昇洲외무장관의 발걸음이 이번처럼 무거운일도 드물 것이다.南北韓관계에서부터 北韓-미국관계,日本과 中國등 주변국가들의 움직임이 우리 뜻과 달리 전개되는 가운데 立地를 넓히는 버거운 일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韓장관은 북한과 미국의 연락사무소 개설에 관한 논의를 위해 12일로 예정된 平壤의 전문가 회담이 우리 어깨를 넘어 진행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미국과의 정책 조율을 통해 씻어내야 한다.또 북한의 核개발 동결을 목표로 한 베를린 회담 이 미국이 당면한 국내 정치적.국가적 이익에 치중돼 현상동결에 매달린 나머지 北核의 과거규명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미국을 다잡아야 한다. 이처럼 서두를 일이 무거운 터에 중국이 느닷없이 군사停戰委에서 자기네 대표를「소환」한다고 결정해 어려움을 더해줬다.미국과의 정치협상을 통해 휴전협정을 단둘만의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북한을 노골적으로 편들고 나섰기 때문이다.또 日本 도 이러한 東北亞 정치게임에 뒤질세라 북한과 비밀접촉을 가졌다는 소식도 곁들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증폭되어 이제 韓半島 정세가 마치 북한의 주도대로 판이 짜이는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까지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북한과 미국의 접촉이나 중국의 북한 편들기,日本의 對北접근을 전혀 예상치도 못했다는 듯한 반응이다.그러나 이런 상황은南北韓의 평화공존을 통한 통일로 가는 길에 어차피 거쳐야 할 일들이다.또 충분히 예측됐던 일이다.
北韓과 美日등 우리 우방과의 관계개선은 우리가 권고하고 도와주겠다고 공언해왔던 일이다.冷戰시절 교차승인을 통한 남북한관계안정 정책을 우리정부는 강력히 추진했다.미국이나 일본의 북한 접촉은 이제 그 길로 가는 초보단계일 뿐이다.
北韓이 美國과의 접촉에서 아무리 北-美평화협정 공세를 벌인다해도 이미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온 미국이 동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현실적으로 이 시점에서 韓國을 제외한 北-美만의 평화협정으로 한반도 평화가 보장될 수 있겠는가.따라서 지금 韓장관이 역점을 둘 일은 최근 틈새가 벌어진 듯한 韓美 양국간의 협조체제를 봉합하고 강화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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