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생의 한가운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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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회사로부터 권고사직 강요까지 받는 쓰라린 아픔을 간직한 40대 자동차 영업소장.
진지한 태도로 현대를 호흡하고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묵묵히 감내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MBC-TV 「세계가정의 해」특집 3부작『생의 한가운데』를 결코「남의 일」로만 치부할수없을 것 같다.
㈜제일기획이 제작한 이 드라마는 출세와 성공을 위해 쫓기듯 앞만 보고 달려온 한 중년 가장의 급작스런 죽음을 통해 무한경쟁사회를 사는 현대인의 삶을 차분하게 재조명하고있다.
사회를 이만큼 일궈낸 주역이면서도 급변하는 시대흐름에 제대로적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신보다 별반 나을 것 없는 윗사람에게 주눅들고 후배들로부터는「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상사」라는공격을 받아야만하는 40대.
산업사회의 기틀을 다지는데 마지막 땀 한방울까지 쏟아부었건만기운을 되찾을 틈도 없이 밀어닥친 정보화사회.국제화시대에 낙오되지 않기 위해 팔자에도 없던 컴퓨터.영어회화 학원에 다녀야하고 신세대 후배들과 어울리기 위해 알아듣지도 못 할 투투의「일과 이분의 일」가사를 외워야 하는 우리사회의 중년층.
비록 성공은 했지만 그것은 또다른 문제의 시작일뿐,진행중인 계약상담.별거중인 부인과의 관계.본사발령뒤의 새로운 업무 적응.아이들의 장래.부모 묘소 이장등 산적한 삶의 중압감은 결국 그를 죽음으로 내몰게된다.
TV드라마 연출이 처음인 장길수감독은 자칫 진부할수 있는 주제를 그의 말대로 영화『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의 따스함과『나는소망한다,내게 금지된 것을』의 거칠고 심리적인 요소를 적절히 혼합해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다만 보험설계사와 보험회사 조사부직원이 회사이익에 반하는 일에 자기 업무까지 내팽개쳐가며 몰두한다는 설정은 휴머니티를 강조하기위한 것이라도 설득력이 약한 대목이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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