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으로 들끓는 행정구역개편-민자당.내무부 감정대립 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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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권의 행정구역개편 논란이 새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형식적으로는 모든게 일단락됐다.공론화방침이 그것이다.그러나 내용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民自黨과 내무부간의 감정대립으로 발전되는양상이다.
민자당은 3일 내무부案의 백지화를 기정사실화하고 나섰다.몇몇주요 당직자들은 내무부안과 정반대 주장을 개진했다.직할시의 道편입주장이 그것이다.李世基 정책위의장은『직할시를 道에 편입하는것이 순리』라고 말했다.직할시를 확장하자는게 내 무부案이었다.
崔炯佑내무장관은 3일 아침『내무부가 마련한 기본뼈대는 반드시추진하겠다』고 말했다.그는『집단이기주의는 버려야한다』며 몇몇 민자당 중진들을 거명했다.특히 그는『金潤煥의원이 대구의원이고 李漢東의원이 부산의원이라면 그런말을 했겠는가』고 반문했다.
행정구역개편이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아니라 백가쟁명화되는 형국이다.행정구역개편문제가 이처럼 곡절을 겪게된데는 몇가지 배경이 있다.따지고보면 그 지경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문제도 아니라는게 일반적 시각이다.중진들이 그렇게 앞장설 문 제도 아니다.곡절의 본질은 다른데 있다.
원인은 민자당의 전반적 분위기 때문이다.가뜩이나 주요현안에서소외돼온 민자당이었다.토초세파동이 그랬고 흑자예산문제도 그랬다.농안법문제도 마찬가지다.민자당은「허수아비」에 불과한 것처럼 비쳐졌다.이에대한 민자당 의원들의 불만은 대단했 다.
그러던 차에 내무부의 행정구역개편안이 걸려들었다.울려는 아이뺨을 때린 꼴이 됐다.내무부는 행정구역개편문제를 黨과 상의하지않았다.정치권의 반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빌미는 거기서 제공됐다.민자당의원들은 벌떼같이 달려들었다.마침 중진들의 이해관계도 이에 편승했다.지난달말 귀국한 金潤煥 경북도지부장(군위-선산)은 본격적인 정치재개를 모색하고 있었다.그동안은 아무 소리를 내지않던 그였다.그런 그가 귀국회견에서TK의 검증기간이 끝났다고 선언한 바 있다.행정구역개편은 자기목소리를 낼수있는 좋은 계기였다.
그는 특유의 勢몰이를 감행했다.1일에는 경북의원 16명을 불러모았다.그리고는 직할시의 道편입을 경북의원 명의로 주장했다.
李漢東총무(포천-연천)도 마찬가지다.
그역시 중진으로서의 역할을 모색하던 참이었다.경기도지부장 취임은 그같은 생각을 부추겼다.그러던 차에「경기도 분할론」이 나왔다 .필요성 여부를 떠나 자존심이 몹시 상했을 법하다.그가 2일「경기도 역할론」을 들고나온 것도 그런 배경을 깔고있다.그는 경기도 당원교육장에서『경기도가 이제는 나라발전을 위해 道勢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아마도 여러가지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을 것이다.
행정구역개편이란 좀처럼 합의를 찾기 힘든 문제다.역대정권마다의욕은 강했다.그러나 실행은 못했다.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충했기때문이다.
崔장관은 자기가 아니고는 그 일을 할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본인 입으로 그런 말을 했다.실제로 崔장관 정도의 추진력이 아니면 문제제기조차 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러다보니 여권내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쳐진다.실제로 그같은측면이 존재한다.결국은 청와대의 조정이 조만간 있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그만큼의 앙금은 남는 법이다.
〈李年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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