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늉에 그친 은행소유구조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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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재무부가 은행소유구조 개선을 위해 마련,발표한 금융기업專業家 제도는 한마디로 싫은 것을 억지로 만든 기색이 역력하다.소유구조상 주인이 없는,경영내용상 효율성이 한참 떨어지는 국내은행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개혁 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벌써부터 제기되어 왔다.
이번에 확정된 재무부案은 이른바 금융전업기업가들이 7개 시중은행의 주식을 持分率 12%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현재 8%까지의 지분율이 허용되는 여타 대주주들의 지분은 4%로 낮춰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또 금 융전업기업가는 반드시 개인자격으로 오로지 금융업만을 해야하며,30대 재벌의 계열주와 특수관계인은 대상에서 원천 배제시키고 있다.
우리는 이같은 재무부案이 기본적으로 현상유지나 다름없다고 본다.물론 은행이 책임경영을 못하는 것은 주인이 없어서가 아니고,또 업종특성상 공공성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그르다는 것이 아니다.그러나 이번의 案은 한편으로 개인대주주의 지분율을 12%로 끌어올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주주의 자격에 복잡한 제한을 가함으로써 도대체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를 모르게 만들고 있다. 12%의 지분율을 가질 수 있는,따라서 어느정도 책임경영의 가능성이 확보된 대주주가 출현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견해도 있다.그러나 복잡다단한 제한 조건하에서 자금력과 도덕성.전문성을 겸비한 금융,보다 엄 밀히 말하면 은행전업기업가가 나타날 가능성이 의문시된다는 일반적 견해로 볼 때 이러한 제도개선은 상징성의 차원에 머무를 가능성이크다.따라서 결국 현행 대주주의 지분율만 낮추는,결과적으로 주인의 책임경영과는 오히려 더 멀어지게 되는 상황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재무부가 이번의 案을 만들면서 이러한 결과를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결국은 재무부의 기득권을 지속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결국 은행소유구조 개선논의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며,매사 이런 식의 발상 으로는 진정한 개혁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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