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연장 순례] 네덜란드 국립 오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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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도심을 관통하는 암스텔 강에서 이름을 따왔다. ‘암스텔 강의 둑’이라는 뜻이다. 화물선과 유람선이 부지런히 오가는 암스텔 강에는 몇달째 정박 중인 선상 가옥들도 보인다.

암스텔 강변의 워털루 광장은 박물관 광장과 더불어 암스테르담의 문화 중심이다. 시청사와 한 지붕을 쓰고 있는 네덜란드 국립 오페라 극장 덕분이다. 어둠이 깔리면 극장 로비의 불빛이 수면 위로 반사돼 장관을 연출한다.

시청와 오페라극장을 짓자는 얘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1915년 시의회에 오페라 극장 신축안이 상정됐을 때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었다. 디자인 아이디어나 설계 공모도 별개로 진행됐었다. 하지만 부지 선정과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두 프로젝트가 얽히게 된 것이다. 오페라극장을 콘서트헤보(콘서트홀), 반 고흐 미술관, 시립 미술관이 모여 있는 박물관 광장에 짓자는 의견도 있었고 아예 이동식 극장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왔다. 부지 선정이 난항을 겪던 차에 시청 설계를 맡았던 오스트리아 출신 건축가 빌헬름 홀츠바우어가 79년 시청과 오페라극장을 한 덩어리로 짓자는 절충안을 내놓아 시의회와 정부의 승인이 났다. 오페라극장은 키스 담이 설계를 맡았다. 창문으로 암스텔 강이 보이는 쪽은 오페라극장이 들어섰고 건물 아래로 지하철역을 만들었다. 암스텔 강변의 물기가 많은 모래 성분의 토양 때문에 300여개의 콘크리트 파일을 땅밑에 박아야 했다.

암스테르담 시청과 한 지붕 두 가족

시청사는 2년 후인 1988년에 문을 열었다. 1988년 오페라극장(1689석)과 시청이 들어선 이 곳은 원래 유태인 지구의 마지막 주거지역이었다. 아직도 바로 옆 골목에는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유명한 벼룩 시장이 있다. 중세시대부터 내려오던 건물들을 부수고 지은 오페라극장이라고 해서 ‘스토페라(Stopera)’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전통을 단절시켰다는 얘기다. 불법 가옥 철거 과정에서 주민과 경찰이 대치하기도 했고 기초 공사를 시작할 때 과격분자들의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를 무마하기라도 하듯 1988년 제2차 세계대전 때 희생된 유태인을 위한 추모비(Joods Verzetmonument)가 세워졌다.

시청 안내 표지판이 없다면 건물 전체가 오페라극장인 줄로 착각하기 쉽다. 번듯한 단독 건물에 시청을 짓지 않고 도심의 요지를 오페라극장에 내준 것이다. 네덜란드 국립 오페라단, 국립 발레단, 국립 무용단, 홀랜드 심포니에타가 상주 단체로 활동 중이며 300여명의 무대 스태프가 있다.

네덜란드 국립 오페라ㆍ발레단의 보금자리

매진된 공연에 대해서는 예약 후 찾아가지 않은 티켓을 공연 직전에 판매한다. 공연 1시간전부터 대기표를 나눠 주며 선착순으로 30분전부터 판매한다(1인당 2매까지 구입 가능). 예약 티켓은 예약일부터 7일 이내에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상주 단체인 네덜란드 국립오페라단은 1946년 창단됐다. 1964년 Nederlandse Operastichting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86년 워털루광장에 들어선 신축 오페라 극장에 입주하면서 원래의 이름인 De Nederlandse Opera(DNO)을 되찾았다. DNO는 레퍼토리 시스템이 아닌 시즌 시스템(stagione system)으로 운영된다. 지휘자, 합창단, 오케스트라 등을 작품에 따라 캐스팅해서 한 작품에 집중하는 제도다. 따라서 음악감독 대신에 수석 지휘자가 있다. DNO의 스태프는 아티스트와 행정 인력을 포함해 모두 40여명에 불과하다. 유일한 상설 단체는 60명 규모의 합창단이다. 오페라 반주를 주로 맡고 있는 네덜란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오페라단과는 별개로 자체적으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오페라 반주는 매년 계약에 의해 출연하고 있다.

다리 하나를 건너 렘브란트 광장으로 가면 L‘Opera라는 제목의 카페가 있다. 공연 끝난 후 관객과 연주자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소다.

◆홈페이지=www.muziektheater.nl

◆공식명칭=Het Muziektheater

◆별명=Stopera

◆개관=1986년 9월 23일 (오토 케팅‘Ithaca’세계 초연)

◆건축가=키스 담(Cees Dam), 빌헬름 홀츠하우어(Wilhelm Holzhauer)

◆객석수=1689석

◆주소=Waterlooplein 22, Amsterdam

◆Address: 22, Waterlooplein, 1011 PG Amsterdam, the Netherlands

Tel: +31-20-5-518-922

◆티켓 박스=3, Amstel. 10:00-18:00(일요일은 11:30-18:00
Tel: +31 20 6255455
Fax: +31 20 5518025

◆교통=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지하철 53, 54, 51호선.

◆시즌: 10월 5일부터 7월 5일까지

◆상주단체=네덜란드 국립 오페라(De Nederlandse Opera), 네덜란드 국립 발레(Het National Ballet), 홀랜드 심포니아(Holland Symfonia)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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