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인물탐구>"당신이 그리워질때"젊은 할머니役 김윤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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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손녀 단비를 키워야 하는 할머니 김윤경은 하루하루 심사가 편치 못하다.
오랜 시집살이끝에 큰아들을 장가보내고 「자신만의 생활」을 가져 보려던 소박한 꿈은 아들부부의 맞벌이로 그만 물거품이 되고만다. 할머니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젊은,그러나 결국 할머니일 수 밖에 없는 요즘 50대 후반 뉴실버(New Silver)할머니들의 고민을 『당신이 그리워질 때』(KBS1TV)의 김윤경이 대변해주고 있다.
장가보낸 아들(김규철扮)과 며느리(박지영扮)가 모두 직장에 다닌다.며느리는 게다가 퇴근 후 학원에까지 들러「자기발전」에 힘쏟는 바람에 남겨진 손녀 단비는 의당 할머니의 몫이 되고 만다. 손녀 단비가 귀여운 건 귀여운 거지만 도대체 왜 손녀양육에 또 자신의 삶이 희생돼야 하는지 의문을 지나 짜증은 전방위로 표출되고 만다.우선 아들.며느리에게다.
김윤경은 『난 징역살이야.자식 다 키워놓고 내가 왜 또 인생을 희생해야 하니.이쯤해서 그만둘테니 너희가 키워.나좀 놔줘』라며 직설을 퍼붓는다.자식부부가 자기 방에만 에어컨을 달자 남편(이무생扮)에게도 불만이 토로된다.『아니 우리가 아들.며느리하고 같이 살면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요.애들이 나를 완전히 가정부 취급하고 있어요.』시어머니(여운계扮)에게도 예외는 아니다.『저도 힘들어서 그래요.어머님은 가만히 앉아 계시니 잘모르겠지만 단비에 매여 종일 아무 것도 못해요.저도 제 인생을살아야지요.』 할머니 김윤경의 용감한 「자기」주장은 그러나 늘사면초가에 부닥쳐 종횡으로 샌드위치가 되고 만다.『어머니 정말너무하시는 것 아녜요』『반찬을 좀 남겨놓아야 집사람이 밥을 먹을 것 아닙니까』(아들)『그 연세에 손주키워주고 자식 뒷바 라지 하는 게 낙아닌가(독백)』(며느리)『어른이 어른답지 못하니집안이 시끄러운법이야』(남편)『너같은 시어머닌 처음 본다』(시어머니)….
김윤경의「고민」은 곧 닥칠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갈등을 미리 예견해 준다.비교적 고학력에 요즘의 신세대 못지 않은 개성을 추구할 70년대의 30대,뉴실버세대가 기존의 사회관행에 맞부닥쳐 겪어야 할 허다한 갈등의 편린일 뿐이다.일면 여성의 사회생활을 장려하는 분위기속에 우리사회에 위치한 「새할머니」들의 자기추구 권리는 어떻게 조화를 이뤄갈 것인가.극중 갈등은 아들부부의「分家」로 단순한 해법을 찾고 있지만 이젠 「김윤경」의 입장을 한번쯤 깊이 易地思之해주는 모두 의 자상함이 필요해진 시점인 듯하다.특히 거대한 신세대들의….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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