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신나의골프>1.美이민 외로움 달래준 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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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고국의 中央日報로부터 나의 골프 인생 중간결산을 해보자는 제의를 받고 무척 주저했다.그러나 프로생활 4년째로 이어지는 지난 16년간의 골프인생도 한번 정리하고 미래를 위한 재충전의 기회로 삼고싶어 용기를 냈다.고국에 계신 골프를 사랑하는 여러분께 나의 경험과 미국골프의 실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88년 US아마추어 챔피언 펄 신!』 진행 아나운서의 소개코멘트와 이어 터지는 박수소리.웃음으로 답례하고 첫 티샷을 한다.치열한 긴장속에 희비의 순간들이 뒤섞이는 나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되며 또 그렇게 지나간다.프로생활 5년째.아침에 출근,열심히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직장인처럼 나도 어느덧 이 일에 상당히 익숙해졌다.누가『당신의 직업이 뭐요』하고 물어보면『회사원이요』하고 대답하듯 나도 이제『프로 골퍼요』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곤 한다.
내가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미국으로 이주한 1977년 초다.이민 초기 말도 통하지 않고 피부색도 틀려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있을때 아버지가 소일거리로 가르쳐준 것이다.
그러나 골프채를 잡은지 얼마 안돼 골프에 미쳐버렸고 골프에 재질이 있다는 평을 들으면서 지금까지 골프 외길 인생을 살게됐다. 미국으로 이민해 우리 식구가 정착한 곳은 LA에서 동남쪽으로 25마일정도 떨어진 벨 플라워라는 작은 도시였다.
우리집은 학교와 골프장이 삼각형으로 각각 2~3분 거리에 떨어져 위치한 곳이었다.이곳 골프장은 파3짜리로만 구성된 9홀의아담한 코스였는데 드라이빙 레인지가 길고 널찍하며 쇼트 게임과퍼팅을 연습할 수 있도록 관련 시설은 완벽히 갖추고 있었다.
나무도 많아 더운 LA지방이지만 이 골프장은 유난히 시원해 학교가 끝나면 동생 페티(한국명 지혜)와 함께 이곳 골프장에서놀곤했다.
그러던 어느날 핸디3의 실력을 가진 아버지가 골프숍에서 퍼터두개를 짧게 깎아 동생과 나에게 주시면서 퍼팅 그린에서 놀라고하셨다.얼마 후엔 헌 클럽 5~6개를 잘라 주셨고 골프공을 치는 일이 우리의 놀이가 됐다.
골프에 흥미가 붙자 아버지는 그립과 스탠스.스윙동작등 골프의기본을 가르쳐 주셨다.
이후로 공은 훨씬 잘맞게 됐고 신이나서 하루종일 골프만 쳤으며 얼마가지 않아 우리 자매는 동네의 화제가 됐다.어린 아이들이 신통하게 공을 잘맞히는 것에 감탄했고,나는 이웃의 이목에 더욱 신이 나 골프를 쳤다.
마침 우리 동네에 유명한 주니어 골퍼가 살았다.그는 후에 골프 특기로 스탠퍼드大에 진학했는데 외할아버지 밑에서 자라고 있었다.그의 외할아버지는 캘리포니아의 주니어 골프 시스템을 설명하며 경기 참가를 권했다.그때부터 나는 선수가 되 기 위한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했다.그때가 78년 말께다.
현재 골프 세계정상 무대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미국인이다.12세때 전미 주니어골프대회에서 2등을 차지,미국 전역을 깜짝 놀라게 하는등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내왔다.대학시절 미국 아마추어 무대 정상을 차지한 펄 신은 프로생활 5년째를 맞고 있다.
▲1967년7월17일생,한국명 申芝暎 ▲77년3월 미국 이주▲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졸업 ▲88,89년 US여자퍼블릭링크스대회 우승 ▲88년 US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 ▲88년 커티스컵및 월드컵 미국대표 ▲90년 미국 LPGA선수자격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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