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軟착륙엔 통화관리가 핵심-미에노 日銀총재 방한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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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경제가 1년에 10,20%씩 성장하는 고도성장 단계에서 5~6% 정도의 안정성장 단계로 접어들 때일수록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잘 조절해야 물가불안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일단 물가가 흔들린 다음에 난리를 쳐봐야 소용 없 다.』 미에노 야스시(三野康重)일본은행 총재가 서울로 날아와서 전해준「훈수」다.우리보다 몇발짝 앞서 고성장과 저성장,이른바「거품」경제와 경기침체를 두루 겪은 일본의 미에노 총재는 31일 오후 한국은행원들을 상대로 가진「일본경제와 중앙은행 」이라는 강연에서이같이 강조했다.실물과 통화공급의 아귀를 맞추지 못하고 뒤늦게물가잡느라 요란을 떨고 있는 한은의 입장에서는 새겨들어야 할 지적이다.
이날 미에노 총재는 80년대 후반 잘 나가던 일본경제를 멍들게 했던 거품경제 문제와 관련,당시 경기과열 조짐에 중앙은행이미리 제동을 걸었더라면 90년대 들어 나타난 경기변동의 진폭을다소나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에 대해서는 2차대전 당시 만들어진 일본은행법 역시 정부의 광범위한 지시.감독권을 인정하는 등 많은문제를 안고 있으나 법률보다는 중앙은행이 얼마나 줏대있게 정책운영을 하느냐는 실천적인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일보다는 법(한은법)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한은이나 우리 재무부에 보내는 점잖은 충고인 셈이다.
〈孫炳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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