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미르고원을넘어서>6.타시쿠르간 파미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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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 일행은 중국영토내 실크로드중 마지막 코스인 파미르高原을향해 남서쪽으로 떠났다.
파미르는 페르시아어로「세계의 지붕」이라는 뜻이다.
天山.카라코람.쿤룬.힌두쿠시등 거대한 산맥들이 종횡으로 모여형성된 高原地帶다.
불과 20여년전만 해도 낙타나 노새를 타지 않으면 넘지 못하던 파미르高原,중국의 카시카르에서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까지 1천3백㎞의 이 길을 이제는 자동차를 타고 달린다.
이 길이 1978년 중국과 파키스탄간의 옛 실크로드에 처음으로 뚫린 카라코람하이웨이(중국측에선 中.巴公路라 부른다)며,포장된 도로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개(4천9백43m)를 넘는 길이다. 차량의 왕래가 한산한 길에 이따금 노새가 끄는 달구지며,길 가운데로 떼지어 지나는 양떼들이 文明을 떠난 異國的 풍경을 더해 준다.
카시카르에서 국경도시 타시쿠르간에는 이같은 유목민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들이 키르기스族이다.
9세기 중반에 위구르를 멸망시키고 동쪽으로는 바이칼 호수로부터 서쪽으로는 카라스강에 이르는 大유목帝國 堅昆國을 건설했던 민족이다.
이들이 실크로드를 장악하고 있던 시절,왕래하는 카라반을 안전하게 호송해 주고 그 대가로 일정한 세금을 거두는 한편 페르시아 지방까지 나아가 아랍商人들과도 활발한 교역을 했다고 한다.
카시를 떠난지 다섯시간,공거얼山(7천7백19m)을 지나고 눈덮인 무스타그山(7천5백40m)봉우리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커다란 호수가 나타났다.
해발 3천1백m에 있는 카라쿠리湖水다.호수옆 넓은 초원에는 키르기스族들이 낙타와 말을 방목하고 있었다.
이들은 여름에는 풀을 찾아 높은 곳까지 가축들을 데리고 왔다가 10월께면 다시 산을 내려간다고 한다.
이날 저녁 늦게 우리는 4천명의 타지크족들이 사는 조그마한 도시 타시쿠르간에 도착했다.
唐나라 高宗때 서돌궐을 쳐부수고 군사령부까지 설치했던 곳이라한다. 해발 3천6백m의 고지인데도 넓은 草原이 있어 방목하기엔 적당한 곳으로 보였다.
이곳에 사는 타지크족은 눈이 푸르고 코가 높은 아리안계 후손들로 인도-유럽어 계통의 타지크 말을 하는데 파미르 중턱에 2만여명이 산다고 한다.
7월25일 아침 일찍 우리는 타시쿠르간市를 막 벗어난 외곽에자리잡고 있는 이민국에서 출국수속을 마쳤다.
이제부터 파미르 정상을 향해 떠난다고 생각하니 흥분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타시쿠르간市를 떠난 후 한참동안 넓은 평원과 초원,드문드문 보이는 타지크족의 파오(천막)와 낙타.양등 목가적인 풍경이 전개됐다. ***기온 20도나 곤두박질 그러나 세시간쯤 달렸을까,가파른 고갯길이 계속 나타나고 날씨는 갑자기 변해 진눈개비가내리고 추워지기 시작했다.
모두들 두터운 옷을 꺼내 입고 자동차 히터를 켰다.귀가 멍해지고 일행중 몇사람은 두통이 나고 어지럽다고 한다.高山증세인 모양이다.
이날은 중복이 지난지 이틀째 되는 날인데도 기온은 떠날 때 25도였던 것이 3도로 무려 20도이상 떨어져 있었다.
차가 마지막 고갯길을 치고 올랐을 때 정상을 표시한 경계비가보였다.이곳이 아시아를 동서로 갈라놓는 파미르의 정상 군자랍고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이 고개를 올라왔던가. 하늘을 나는 새도 없고,땅 위엔 풀 한포기 없는 이 험한 고개. 1천5백여년전 이곳을 거쳐 인도로 간 法顯은「총嶺은 겨울은 물론 여름에도 눈이 덮여 있었고 毒龍이 있어 한번 노하면눈과 비를 토하며 모래와 자갈을 날리므로 이를 만나면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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