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청약 가점제'때문에 당첨확률 줄었다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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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청약제도가 바뀌면서 내집마련 전략도 달라지게 됐다. 아파트 입주희망자들이 청약가점제가 처음으로 적용된 인천 논현 힐스테이트모델하우스를 찾아 상담하고 있다.

아파트 청약 환경이 확 달라졌다. 공공택지에만 적용하던 분양가 상한제가 지난 9월부터 민간택지 주택으로 확대 적용됐다. 아파트 청약순위도 무주택자 위주로 재편됐다. 특히 제비뽑기식 ‘추첨제’에서 무주택 기간·부양 가족 수·청약통장 가입기간 항목에 점수를 매겨 높은 순으로 당첨자를 정하는 ‘청약가점제’로 청약제도의 기본 틀이 바뀌었다. 청약가점제는 부양가족 수가 많고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길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제도다. 따라서 주택 수요자들은 각자 조건에 맞는 새로운 청약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

◆청약 가점을 높여라=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32점)·부양가족 수(35점)·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 등 세 항목 총점을 합쳐 산출한다. 또 부모가 집을 2채 이상 갖고 있으면 1채를 초과하는 주택마다 5점씩 감점된다. 청약 가점 구성 항목에서 보듯 점수를 높이는 데는 왕도가 없다. 차근차근 점수를 쌓는 것이다.

무주택자는 원하는 아파트를 분양받기까지 전세로 살면서 무주택 자격을 계속 유지하는 게 좋다. 반면 유주택자나 젊은층 등 청약 가점에서 불리한 수요자들의 경우 당장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청약가점제 시행으로 유망 단지에 당첨될 확률이 예전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결책은 있다. 청약 가점을 높이는 것이다. 아직 청약통장이 없는 사람은 되도록이면 빨리 통장에 가입하는 게 좋다. 당장 집을 살 필요가 없더라도 청약통장 가입기간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불필요하게 통장을 해지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혼인신고도 가급적 빨리하는 게 낫다. 무주택기간은 만 30세를 기준으로 하지만 30세 이전에 결혼한 경우 혼인신고한 날부터 무주택 기간을 산정한다. 부양가족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부양가족 1명당 점수가 5점씩 높아져 무주택기간이나 청약통장 가입기간보다 효과가 크다. 따라서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을 모시거나 자녀를 낳아 부양가족 수를 늘릴 필요가 있겠다. 30세 이상 미혼자녀는 입주자 모집공고일 현재 1년 이상 함께 살고 있어야 부양가족 수에 포함된다.

◆청약 통장 리모델링하라=청약가점제 시행으로 1가구 1주택자들이 무주택자보다 당첨 확률이 낮아진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청약 통장을 섣불리 해약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많지는 않지만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리는 물량도 일부 있기 때문이다.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중소형 민영 아파트의 25%,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의 절반(50%)은 추첨제 물량이다. 추첨제 물량에 대해서는 1주택자라도 1순위 청약 자격이 주어진다.

청약저축 가입자라면 가점제에 흔들릴 이유가 전혀 없다. 전용 85㎡ 이하 공공주택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저축은 현행 순차제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납입 횟수와 금액을 꾸준히 늘려가는 게 중요하다.

청약예·부금 가입자라면 자신의 가점제 점수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청약 가점은 중앙일보조인스랜드(www.joinsland.com)나 금융결제원 주택청약 홈페이지(www.apt2you.com) ‘청약가점 계산하기’에서 누구나 쉽게 계산할 수 있다. 만약 본인의 점수가 희망하는 분양단지의 당첨 안정권과 거리가 있다면 과감하게 눈높이를 낮춰 차선의 청약지를 찾아보는 게 좋다. 물론 인기 지역에서도 주택 면적과 타입별로 경쟁률이 낮을 수 있는 만큼 분양물량이 나올 때마다 청약은 빠짐없이 해야 한다.

가점에서 불리한 유주택자의 경우 청약통장을 증액하는 게 좋다.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추첨제 배정 물량이 50%로 상대적으로 많아서다. 하지만 통장을 증액하면 1년간 1순위로 청약할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전매제한 기간도 꼼꼼히 따져봐야=주택 전매 제한도 강화됐다. 상한제로 분양가가 싸지는 만큼 투기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전매제한 기간이 길어진 것이다. 수도권 공공택지 전용 85㎡ 이하 아파트는 계약 후 10년, 85㎡ 초과는 7년 동안 되팔 수 없다. 수도권 민간택지에서 나오는 85㎡ 이하도 7년, 85㎡ 초과는 5년간 팔지 못한다. 지방 공공택지 전매금지 기간은 각각 5년, 3년이다.

전매 제한 기간에는 특별한 사유(해외 이주, 직장 이전 등)를 제외하고는 마음대로 팔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유가 있더라도 분양가에 정기예금 이자 정도만 받고 주택공사 등에 환매해야 한다.

따라서 중장기적인 자금 계획 등을 꼼꼼히 따져본 뒤 청약에 나서야 한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입주 후 곧바로 팔 수 있는 올 하반기 유망 민간 분양단지를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에 한 번 당첨되면 5~10년간 청약기회가 사라진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재당첨금지 대상은 당첨자와 가족(세대원) 모두가 해당된다.

◆기존 주택시장도 노려볼 만=청약 가점이 낮은 수요자들은 신규 분양보다 급매물이나 미분양 아파트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특히 잔금 납부 등 자금 압박을 피해 입주 직후 쏟아질 대단지 아파트 급매물을 잡으면 향후 시세 차익도 얻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기존 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경·공매 시장으로 눈길을 돌려볼 만하다. 열심히 발품을 팔아 경매시장에서 적정 입찰가로 낙찰하면 내 집 마련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좀더 여유가 있다면 중소형보다 중대형 아파트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게 좋다. 대출 규제 강화로 중소형에 비해 입찰경쟁률이 낮기 때문이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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