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性관계 연상 광고대사 전파타는건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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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길어서 좋은 게 뭐가 있을까.너는 긴 것만 좋아하는구나.』『줘도 못 먹나.(여자)』『나는 잘 먹어요.(남자)』 『우리는그이가 다 빨아줘요.잘 빨아주니 새댁은 좋겠네.』 『위로 넣어주세요.』 『자,타!』 과자류.빙과류.세제.VTR.승합차를 선전하는 TV광고 대사들이다.
이처럼 성과 관련된 신체 일부나 남녀간 성관계를 연상케하는 대사들로 가득찬 광고들이 온가족이 모이는 저녁시간대에 무차별하게 전파를 타고있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을 가지고 과민반응을 보인다』고항변할 수도 있다.그러나 이같은 대사를 놓고도『다른 상상을 마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눈가리고 아웅」式일 수밖에 없다.
이것만이 아니다.조금 지나긴했지만『돌려먹어요』『못생겨도 맛은좋아』『나는 큰게 좋더라』『구석구석 빨아줘요』『세번만 꼭 눌러주세요,히히』등에서처럼 성적 대사는 이미 광고카피의 관용어구가돼버렸다.
빙과류나 세탁기.VTR등이 성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르나 광고의 속성상 보다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자면 이들 광고는 일단 성공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광고 대사가 「성」의 자극적이고 표피적인측면만 강조함으로써 은연중 「성」을 불건전하고 향락적인 것만으로 왜곡하고 성에 관한 올바른인식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호기심만 충만하고 성에 대해 무지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이 이들 광고를 통해 얻는 그릇된 성지식의 폐해를 생각한다면비도덕적인 상술로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이들 광고가 보다 많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구매자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것,광고계의 표현을 빌리자면『소비자가 상품에 잘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것』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얼마나 접근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미국의 매스컴 학자 존 버거는 광고의 목적을『보는 사람이 자신의 현실생활에 대해 최대한의 불만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라고정의한 바 있다.
광고 상품을 구입해야만 소비자가 윤택한 생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믿게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담벼락 낙서」수준의 이같은 광고들은 오히려 그 유치함과 천박함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현실 이외의 새로운 불만을 가득 던져주고 있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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