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산책>와앙-리히텐스타인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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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로이 리히텐스타인(Roy Lichtenstein. 1923~)의 작품은 만화를 베낀 작업이다.한국동란 이후 한국에서도 한때 만화 베끼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솔벤트 혹은 석유를 섞은비눗물을 미제 만화에 바른 뒤 그 위에 종이를 덮고 놋숟가락이뜨거워지도록 문질러 베끼는 장난이다.
베낀다는 사실은 똑같은데도 리히텐스타인이 베낀 만화는 세계 미술사에 등록되었다.그 첫번째 이유는 미술사가 요구하는 명분 때문이다.솔벤트 등으로 잉크를 녹여 전사하는 방식은 원화보다 결코 선명할 수 없다.또 이렇게 베껴낸 그림은 좌 우가 바뀐다.무엇보다 전사된 원화는 훼손되어 다시 사용할 수 없다.
리히텐스타인은 연재만화를 베끼되 확대해서 베꼈다.자신을 별로좋아하지 않는 아들을 위해 도널드 덕을 베껴 그린 것이 시발이었다.까만 윤곽선과 핀트가 틀린 인쇄망점까지도 대형 캔버스에 옮겨졌다.좌우가 같고 解像度는 강화되었다.평론가 들의 회의에도불구하고 그것은 히트를 쳤다.그래서 슈퍼맨.원더우먼.미키마우스등을 베껴 속속 히트를 쳤다.만화는 미국의 꿈이자 정신적 요람이었기 때문이다.그것은 유럽의 신화 대신 미국 제일주의의 신화를 만들려는 몸짓이었다.그 신화의 뒤에는 국력이 있었다.그러나세계 미술의 흐름이 되기 위해선 유럽 미술의 정통성에서 비롯해야 한다는 기득권적 횡포를 감수해야 한다.
리히텐스타인의 만화 베끼기는 미국 회화의 베끼기 전통과 관계가 있다.그 베끼기의 원형은 유럽이었다.맨처음 개척시대에 영국에서 건너간 화가들은 신천지라는 자연과 풍물과 인간을 유럽식 화풍으로 캔버스에 옮겨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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