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동 구현대 5층아파트주민 재건축 관심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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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은지 10년이 넘어서기가 무섭게 재건축 바람으로 술렁이는 일반 공동주택단지와는 달리 재건축시점인 20년이 코앞에 닥쳐오는데도 전혀 움직임이 없는 곳이 있다.
화제의 아파트는 우리나라 아파트문화의 1번지인 서울강남구압구정동 舊現代단지내 51~56동 구역.12~15층 규모로 지어진이 일대 아파트중 유일하게 저층(5층)단지로 조성된 이곳은 6천66평의 부지에 44평형 1백70가구가 들어서 있다.
다른 단지에 비해 가구밀도가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올해로 건축된지 18년째에 접어들어 재건축 추진의 기운이 무르익고도 남을 시점이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덤덤하기만 하다.압구정동 한가운데에 재건축이 가능한 저층아파트가 있다는 사실에 구미가 끌린 재건축사업 컨설팅업체들이 실제 타당성을 검토해 보기도 했으나 주민들이 워낙 무관심해 말도 붙여보지 못하고 있다.
이 마을 통장 金동애씨는『2~3년전부터 재건축 얘기가 떠돌기는 했으나 주민들 대부분이 주차공간.일조권등 여러가지 측면에서이곳이 인접 고층단지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점이 많다고 여겨 재건축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지를 건설할 무렵부터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해 온 삼호개발 대표 李載鎬씨는『현행규정상 재건축때 최고평형은 전용 34.8평 또는 종전규모를 초과할수 없도록 돼 있어 이 단지의 경우 재건축 하더라도 현재 평형보다 큰 아파트는 지을수 없는 단점이 있다』며『물론 현재 규모의 새 아파트를 거저 가지면서 상당한 개발이익까지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비교적 여유있게 사는사람들이라 그런데 연연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70년대 당시 이 단지를 직접 건설했던 現代건설 鄭在植이사는『당초 압구정동단지는 모두 고층으로 계획됐으나 5단지 바로 옆에 배처플랜트(건설현장의 레미콘 생산공장)가 가동되고 있어 소음등의 민원을 우려한 서울시가 고층허가를 내주지 않아 불가피하게 이곳만 저층으로 건설됐다』며『토지이용효율을 고려하면 저층단지로 짓기에는 아까운 땅이었다』고 아쉬워하고 있다.그러나 최근들어 주민들 대부분이 수천만원씩 들여 대수선을 하는등 지금 그대로 살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져 특별한 변수가 없는한 재건축은 물건너 갔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업소의 공통된 진단이다. 〈李光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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