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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CoverStory] "스타벅스에 우리 떡 넣었어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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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떡의 미래, 앞으로 떡 벌어질 겁니다”. ‘쌀 전도사’를 자처하는 경기도 최형근 농정국장(左)과 이진찬 농산유통과장.

“맛있는 떡을 공급할 테니 한번 받아보시죠.”

 작년 개천절 날 연천으로 벼를 베러 갔던 김문수 경기지사가 지역 연대장에게 불쑥 한마디 던졌다. 우리 쌀로 만든 떡을 군에 공급해 보자는 계획의 시작이었다. 병사들의 생각은 어떨까. 올해 3월 군에서 11개 부대 8625명에게 물어보았다. 88%가 떡 급식을 환영했고, 85%가 간식으로 먹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매주 제공되는 햄버거에 익숙해졌을 젊은이들의 답으로는 뜻밖이었다. 떡의 ‘군 입대’ 여부는 다음달 열리는 전군 급양관계관회의에서 결정된다.

 곳곳에서 농업의 위기를 말하는 이때 경기도의 쌀을 둘러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이 사람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한국 농업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라고 말한다. 한술 더 떠 지금은 방어가 아닌 공격의 기회라고 말한다.

 최형근 농정국장은 ‘발상의 전환’을 강조한다. “한 해 쌀 한 섬은 먹어야 사람 구실을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한 섬이 144kg입니다. 1970년엔 한 사람이 한 해 136.4kg을 먹었어요. 그런데 쌀 소비가 계속 줄어 작년에는 78.8kg에 그쳤어요. 하루 2공기도 먹지 않는 셈이죠. 이런 추세라면 2015년께는 60kg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그런데 국내의 쌀은 남아돌고 우리가 의무수입해야 하는 외국 쌀이 올해만 24만6000t이에요. 경기도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하지요. 휴경을 하면 보상해 주고 남는 쌀로 북한을 지원하는 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죠. 우리는 생각이 달라요. 들어온 만큼 내보내면 되잖아요. 우리 교포 670만 명이 160개국에 살아요. 이 중 모여 사는 사람들이 10개국에 300만 명쯤 되죠. 이들이 우리 쌀을 먹는다면 그 양이 딱 지금 우리가 수입하고 있는 만큼이에요. 이제 동포들도 웬만큼 여유가 있으니 조금 비싸더라도 한국 쌀을 사먹을 수 있지 않겠어요? 또 한참 크는 학생들을 조사해 봤어요. 0교시 수업에 아침을 굶고 오는 학생들이 평균 38%예요. 여학생들은 45%나 돼요. 이 아이들에게 밥 대신 떡과 우유를 줄 수 있잖아요. 건강 지키고 농가도 살리고 얼마나 좋아요. 지금 30여 개 학교에 우리 떡이 간식으로 들어가고 있어요.”

 이미 경기미는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kg당 3100원으로 미국 쌀의 7배 수준이다. 베트남·태국과 같은 동남아시아 쌀 수출국의 시장 문도 열었다. kg당 300~400원대의 나라에 2500원대에 수출한다. 이 지역에서 초밥용으로 우리 쌀은 일본 쌀보다 인기다. 더 값싸고 품질도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미처 시장이 형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지자체 간의 수출경쟁이 치열하다. 지금은 파이를 키울 때이지 나눌 때가 아닌데 말이다.

 kg당 최고 120%의 관세가 붙는 일본 시장을 뚫을 방법도 찾았다. 관세가 5~10%인 초밥과 떡이 그것이다. 우리 식품의 찹쌀떡 세 가지가 지금 요시카와사의 유통망과 후지텔레비전의 홈쇼핑을 통해 팔리고 있다. 전통주 개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2L짜리 막걸리 12병을 만드는 데 쌀 10kg이 들어가니 이를 통한 소비량이 만만찮을 거란 계산이다.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역전광장에서 ‘우리 쌀을, 우리 떡을 먹읍시다’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팸플릿을 나눠주는 캠페인을 생각했다. 김밥과 떡을 나눠주며 애국심에 호소하려 했다. 그런다고 사람들이 쌀을 더 먹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소비자에게 자연스레 다가가는 방법을 찾아나섰다.

 이진찬 농산유통과장이 말한다. “올해 초 통계청에서 한국의 6대 블루슈머를 발표했어요. 그중의 하나가 ‘아침을 먹지 않는 20대’더군요. 20대의 절반인 370만 명이 아침을 거른다는 거예요. 가만 보니 우리 직원들도 그래요. 그런데 커피는 꼭 마시고 과자도 먹더라고요. 그래서 커피 마실 때 떡이 나은지, 비스킷이 나은지 물어봤더니 떡이래요. 이거다 싶었죠. 스타벅스에 전화했어요. 우리 떡 좀 팔아달라고.”

 스타벅스의 양재선 마케팅부장의 말이다. “한국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찾고 있던 시점이었거든요. 농가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끌렸어요.”

 친근한 이미지를 얹고 싶은 스타벅스와 떡의 글로벌화를 모색하던 경기도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윈윈’의 순간이었다. 딸기편, 호박케이크 등 다섯 가지를 서울 중심가 스타벅스 매장 세 곳에 내놨다. 젊은 층에 맞춘 맛과 세련된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예상보다 잘 팔렸다. 호박케이크는 빵값의 3배인데도 커피 외 단일품목으로 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12일부터는 수도권 50개 점포로 판매장을 늘렸다. 대기업 식당에 납품하고 편의점을 통한 판매도 추진 중이다.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세 곳을 제조업체로 정했다. 사정이 달라지자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며 판매를 외면하던 대형 제과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자체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업체도 생겼다.

 쌀과 떡이 ‘뒷골목’ 이미지를 벗고 ‘큰길’로 나오고 있다. 김치를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산업’을 꿈꾸고 있다. 당장 눈에 띄는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쌀 수출 계약물량은 전국 다해 봐야 1284t이다. 고급매장에서의 떡 판매도 아직은 상징적 수준이다. 군과 학교에 제대로 공급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꿈이 새 길을 닦고 있다. 갈 길은 머나 발길은 가볍다.

안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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