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CoverStory] 쌀은 하늘·땅·사람, 밥은 물·불·정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토골미

밥상의 주인공은 밥이다. 산해진미의 반찬도 밥을 위한 들러리다. 그런 밥의 진가를 잊고 지낸다.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차리는 사람은 반찬 걱정만 하고, 받는 사람은 밥보다 반찬에 먼저 눈을 준다. 밥상의 밥을 숨쉬는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숲 속에 들어서면 깊게 숨을 들이 쉰다. 하얀 김이 오르는 밥을 보고 군침을 꿀꺽 삼키는 이치와 같다. 맛있는 밥을 짓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한결같이 “특별한 것 없다”고 답한다. 그러나 특별한 것이 많다. 과학이 숨어 있고, 혼이 담겨 있다. 좋은 쌀로 제대로 지은 밥. 그 것만으로도 훌륭한 요리다. 맛있게 밥 짓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유지상 기자

1.쌀눈밥(불고기브라더스)

‘불고기집’이지만 ‘밥집’ 못지않은 밥이다. 매장마다 설치한 도정기로 매일 아침 현미를 도정한다. 쌀눈이 살아 있고,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밥솥도 음식점용 대형 대신 15인분짜리 가정용을 쓴다. 덕분에 점심시간에는 주방에서 15분마다 새 밥이 나온다. 밥물도 정수기를 통과한 물만 쓴다. www.소불고기.kr (정인태 사업본부 회장)

2.국밥(청진옥 해장국밥)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국밥의 특성상 더운밥을 두어 시간 식힌 뒤 찬밥에 말아낸다. 약간 된밥이 좋아 물의 양을 다른 밥보다 10%가량 적게 잡는다. 찬밥을 뜨거운 국물에 7~8번가량 말아 내는데, 밥을 데우고 국물의 맛이 밥에 잘 배게 하기 위해서이다. 02-735-1690. (최준용 사장·서울 청진동)

3. 쌀:찰밥= 7:3(금밭 한정식)

찰기를 높이려 쌀과 찹쌀을 7 대 3으로 섞고 기장 차조를 섞어 밥을 짓는다. 씻은 쌀은 30분 이상 물에 불리지 않는다. 밥의 끈기가 물로 다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불리는 시간은 쌀의 건조 상태에 따라 20~30분으로 조절한다. 02-488-1980. (이조우 사장·서울 성내동)

4.냄비밥(광주식당 양은냄비밥)

 2~3인분의 작은 냄비에 바로바로 밥을 해준다. 센 불에 올려놓고 물이 끓어 넘쳐도 그냥 둔다. 물이 자작자작해지고, “바작바작” 쌀이 누는 소리가 나면 뚜껑을 덮고 뜸을 들인다. 밥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5분 내외. 과학적인 이유는 모르지만 수증기가 날아가 버리면서 밥맛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02-969-4403. (홍성호 사장·서울 청량리동)

5.볶음밥(도원 볶음밥)

 볶음밥을 만들 때 일반적으로 찬밥을 사용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뜨거운 밥이다. 볶음밥을 위한 밥은 물의 양을 20%가량 줄여 고슬고슬하게 짓는다. 한국 사람들은 볶음밥을 할 때 밥을 먼저 넣고 그 위에 계란을 깨 넣어 요리한다. 중국집에선 먼저 계란과 파를 넣고 계란이 잘 풀어지도록 볶다가 밥을 나중에 넣는다. 02-310-7345.(유방녕 주방장·서울프라자호텔 중식당)

6.초밥(아리아케 초밥)

 초밥은 쌀 씻는 과정이 핵심이다. 그래야 쌀 고유의 맛을 낼 수 있고 다음 단계인 초밥 맛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탁한 빛깔의 쌀뜨물이 맑아질 정도로 헹구어 내야 한다. 씻은 쌀을 1시간 정도 채에 받쳐 여분의 물기를 뺀다. 밥물을 맞춰 밥통에서 30분쯤 더 담가두었다가 밥을 짓는다. 일반인은 밥물을 따로 만들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02-2230-3356. (이태영 조리장·서울 신라호텔 일식당)

7.보리밥(사월에 보리밥)

 보리쌀은 쌀의 16배에 해당하는 비타민과 풍부한 섬유질이 매력. 그러나 찰기와 윤기가 부족해 찹쌀을 혼합한다. 비율은 보리와 찹쌀이 10 대 1. 씻은 쌀은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 수분을 흡수하게 한다. 불린 쌀을 다시 2~4도의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쓴다. 쌀알의 속까지 수분이 고르게 퍼지도록 하는 것이다. 02-540-5292. (고병호 주방장·서울 압구정점)

8.차조밥(모박사 부대찌개 차조밥)

 쌀은 도정한 지 한 달이 안 된 것을 쓴다. 여기에 당뇨와 빈혈에 좋은 차조를 더했다. 쌀을 씻을 때 첫물은 수돗물을 쓰지만 다음부터는 정수한 물을 사용한다. 쌀을 물에 불리는 시간이 3시간으로 다른 곳에 비해 길다. 온도가 높은 여름엔 얼음물로 시간을 맞춘다. 갓 지은 밥은 바로 전기 보온밥솥으로 옮겨 담고 손님이 오면 대접에 퍼 담아낸다. 031-676-1508. (주용찬 실장·경기도 안성)

9.돌솥밥(놀부보쌈 돌솥밥)

 원적외선이 나오는 곱돌솥을 특별 주문 제작했다. 곱돌에선 원적외선이 나와 밥알이 속부터 익는단다. 쌀은 윤기 있고 알이 굵으며 알차게 영근 것을 골라 쓴다. 시원한 물에 3시간 동안 불렸다가 돌솥에 올린다. 화력을 높여 땡땡한 밥알을 만들어낸다. 찹쌀·강낭콩·밤·대추·흑미 등을 섞어 맛과 영양을 배가했다. www.nolboo.co.kr (김순금 체인본부 상무이사)

10.굴밥(맛동산 영양굴밥)

 무엇보다 밥물에 신경을 쓰는데, 덕산온천의 암반수를 매일 공급받아 쓴다. 다음은 불이다. 장작불이나 솔잎불로 짓는 것처럼 불 조절을 잘해야 하는데 자신이 없어 무쇠솥을 사용한다. 굴을 뜸 들일 때 넣지 않고, 콩과 대추랑 처음부터 함께 넣어 짓는다. 041-669-1910. (오동원 사장·서산 간월도)

11.김밥(김가네 김밥)

 점포에선 일손이 달려 자주 쌀을 씻을 수 없다. 그래서 1시간만 물에 담갔다가 바로 쓸 수 있도록 세척한 쌀을 쓴다. 밥은 점포에서 40인분씩 솥에 짓는다. 밥물은 다시마 국물과 소금으로 기초 간을 해서 쓴다. 그것도 모자라 김밥을 싸기 직전에 참기름과 깨소금 등으로 다시 양념해 사용한다. www.gimgane.co.kr (체인본부 박은희 부사장)

12.밥솥밥(바다원 공깃밥)

다른 음식점에선 손님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밥을 지어 뚜껑이 있는 밥그릇에 담아 전기밥솥에 넣었다가 내놓는다. 이러면 일손은 더는데 그릇 가장자리의 밥이 말라버린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밥솥에 2~3cm 높이로 물을 부어둔다. 밥솥 전체에 수분이 순환돼 밥이 마르지 않는다. 062-373-4100. (유범주 사장·광주 상무지구)

13.산모밥(차병원 산후조리원 환자식)

매일 전날 도정한 쌀을 공급받아 밥을 짓는다. 산모들의 소화 기능이 떨어진 상태라 된 밥이 되지 않도록 밥 짓기에 포인트를 맞춘다. 병원음식이다 보니 맛과 함께 위생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 (문영자 강남차병원 영양실 실장)

14.군대밥(육군훈련소 군대밥)

장병들에게 묵은 쌀을 먹이지 않나 걱정하는데 현재 2006년산 쌀을 쓴다. 스팀으로 쪄서 밥을 짓고, 수돗물을 사용한다. 한 명당 하루 570g을 제공한다. 영양성을 높이기 위해 월 7회 흑미나 조를 섞은 잡곡밥을 낸다. (최락일 군무원·급양대 부식담당)

15.급식밥(삼성공제회관 단체급식밥)

점심시간에 3000명이 식사를 한다. 찌는 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가스 불에 짓는 밥이다. 40인분 솥에서 5분마다 갓 지은 밥이 나온다. 다른 사업장보다 밥이 맛있다는 얘기가 나도는 까닭을 직접 밝히기 어려운데…. 밥물에 살짝 소금 간을 한다. (강영신 영양사·삼성에버랜드 FC사업부)

16.교도소밥(천안 개방교도소)

1980년대 중반에 콩밥이 사라졌다. 요즘은 쌀과 보리 비율이 8대2인 보리밥으로 배식한다. 쌀은 정부 양곡의 햅쌀을 쓴다. 불을 사용할 수 없어 30인분 식판에 씻은 쌀을 담아 찐 밥을 만들어 내놓는다. 밥물은 수돗물이다. (조윤성 영양사)

17.항아리 밥물밥(전업주부 23년차 주부의 밥)

수돗물을 항아리에 보름가량 받아 두었다가 밥물로 이용한다. 하얀 쌀밥의 맛과 향이 고대로 살아나는 것 같아서다. 물은 항아리가 숨을 쉬기 때문인지 한 달 정도 두어도 이끼가 끼거나 상하지 않는다. 커피를 탈 때도 항아리의 물을 쓴다. (강미진씨·서울 돈암동)

18.비빔밥(고궁 전주비빔밥)

전주비빔밥의 특징은 사골육수를 밥물로 사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콩나물도 함께 넣어 밥을 한다. 콩나물에서 수분이 나오므로 일반 밥보다 물의 양을 줄여야 진밥이 되지 않는다. www.gogung.co.kr (안영석 차장·본사 영업기획팀)

19.죽(본죽)

일반 가정의 죽 쑤는 방법과 다르다. 쌀을 먼저 ‘죽밥’의 형태로 만들고 멥쌀가루를 섞어 점성을 높인다. 죽밥은 찹쌀과 멥쌀을 1대2로 섞어 압력솥에서 밥처럼 만든 것. 물의 양은 쌀을 기준으로 1.2배로 잡는다. 1인분 죽을 만드는 데 죽밥 반 공기에 쌀가루 2큰술이 들어간다. www.bonjuk.co.kr (최복이 본브랜드연구소 소장)

20.숯밥(미사리 참숯가마식당)

특별한 것이 없다. 쌀은 다른 음식점과 같은 것을 사용한다. 대신 밥을 지을 때 숯 한 조각을 넣을 뿐이다. 윤기가 나고, 씹는 맛이 좋아지는데 숯의 효험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031-795-5004. (김동욱 사장·경기도 하남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