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三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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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옛날 桓仁의 아들중 桓雄이 자주 세상에 내려가 인간세상을 구하고자 하므로 아버지가 환웅의 뜻을 헤아려 天符印 3개를 주어 세상에 내려가 사람을 다스리게 했다.
환웅이 무리 3천을 거느리고 太白山 꼭대기 신단수 밑에 내려와 神市라고 하며 다스리니 환웅천왕이다….환웅이 잠시 변해 웅녀와 혼인,아이를 낳으니 그가 곧 단군 왕검이다」.
三國遺事에 전하는 단군신화다.이 신화를 보면 天(환웅)이 地(웅녀)와 결합하여 人(단군)을 낳았다는 三才사상으로 되어 있다.「三才」라는 용어는 孔子께서 쓰신 周易 계사전에 처음 등장한다. 우주 만물을 이루는 음양의 흐름은 가장 근본이 되는 道이니 天道이고,천도를 이어 음양의 형체인 剛柔로 나타나는 道는地道이며,천도와 지도 사이에서 생명체로서 그 性情으로 자리하는것이 人道다.
이 三道를 구성하는 본질을 天.地.人 三才라 하며,흔히 원(天).방(地)각(人)으로 표시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하늘에서 陰 기운과 暘 기운이 왕래하여 밝음과 어둠이 생기며 번개와 우레,그리고 바람 등이 작용한다(天道). 땅은 이렇게 생긴 작용의 영향을 받아 어떤 곳에서는 단단하게 뭉치고 어떤 곳에서는 부드럽게 뭉쳐 육지와 바다로 나뉘며(地道),그 사이에서 사람으로 대표되는 생명체가 나와 삶을 영위하게 된다(人道).
공자께서는 주역 설괘전에서『天道에는 음과 양이 있고,地道에는剛과 柔가 있으며,人道에는 仁과 義가 있다』고 하셨으니 태극에서 나온 만물에는 기본적으로 음과 양 두 기운이 흐르며 작용하고 이것을 원인.과정.결과로 나누면 三才로 나 눌 수 있다는 뜻이다. 요컨대 음양이 만나 대립하면 그 결과로서 조화물이 생긴다. 즉 양을 대표하는 하늘과 음을 대표하는 땅사이에서,중간적인 존재로서 동물과 식물이 생겨나 존재하게 된다.
이 셋을 가장 근원이 되는 재질이라는 뜻에서 天才.地才.人才라 하니 각기 우주만물을 구성하는 인자인 동시에 움직여 나가는주체가 된다.
天.地.人은 먼저 하늘과 땅이 나오고 그 후에 사람이 나왔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순환발전 관계에 있다.
해와 달,그리고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에 의해,지형이 달라지고 사람의 성정이 달라지며,이렇게 바뀐 성정은 다시 하늘과 땅에 영향을 준다.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영향을 주면 자식은 그 영향을 받아 성장할 뿐만 아니라 다시 부모에게 영향을 주어 부모를 변화시키는것과 같다.
이러한 과정은 끊임없이 계속되며,어느 한 쪽이 없어지더라도 한번 맺은 영향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三國이 鼎立했다」는 말과 같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정)도 셋으로 구성돼야 가장 안정적이라는 뜻도 된다. 이러한 三才思想은 가장 대표적 자연물인 하늘과 땅에 인간을참여시킨 것으로 인간의 위치를 천지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人本主義 사상의 모태가 되었다 할 것이다.
또 中國보다는 고대 우리 민족에서 더 먼저 발달하고 선호되었는데 앞서 말한 단군의 탄생신화나 삼신사상.천부경.삼태극사상 등에서 잘 나타난다.
요즘 과학자들이 만물을 구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로 소립자를 들며,이것이 세개씩 이루어져야 비로소 작용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을때 조상의 큰 지혜에 감탄할 뿐이다.
공자께서 음양사상으로 이루어진 주역에 삼재사상을 접목시킴으로써 인도주의적 가치관이 확실하게 자리잡고,인간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도덕의 주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천지와 더불어 우주를 창조하는 主宰者의 하나로 발돋움하게 되었으니 三才 사상이야말로음양사상과 더불어 동양철학의 양대 근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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