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2007 KB 국민은행 한국리그' 대마는 불사(不死)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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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007 KB 국민은행 한국리그'
○최철한 9단(월드메르디앙) ●백홍석 5단(울산 디아채)

◆장면1(1~5)=최철한 9단이나 백홍석 5단이나 모두 불굴의 전사들이다. 이들처럼 후퇴를 모르고 싸우는 것이 과연 옳으냐 하는 것은 지금 논할 주제가 아니다. 때를 기다리며 자신을 숨기는 고전적인 바둑론 역시 또 다른 차원의 얘기다. 전사들에겐 용기와 자존심이 승부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판을 살피면 백홍석이 던진 흑▲의 한 수가 상하의 백을 통렬하게 절단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일단 백의 고전. 최철한은 그러나 '대마가 쉽게 죽느냐'며 버티고 있고 백홍석은 '대마는 안 죽느냐'고 노성을 터뜨리고 있다.

백1로 몰고 3으로 잇는다. 외길이다. 흑4로 잡으며 백홍석은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대마가 살면 하변은 흑 차지. 그러나 최철한은 숨도 안 쉬고 5로 이어버린다. 이 수로 흑 6점이 죽었다. 백△ 들을 노려보는 백홍석의 눈에 스파크가 일어난다. 극한상황이다. 이 대마를 잡지 못하면 흑도 바로 던져야 한다. 필살의 급소는 어디일까.

◆장면2(1~10)=흑1로 눌러가는 백홍석의 손길에 힘이 꽉 실려 있다. 얼마 전 이세돌 9단도 격파하며 한창 물이 오른 백홍석. 역시 제대로 급소를 짚고 있다. 하지만 대마불사란 격언이 뇌리에 박혀있는지라 이 백이 죽는다고 보는 구경꾼들은 많지 않다. 백이 흑을 슬쩍 차단해 놓고 10으로 보폭을 넓히자 골치가 딱 아파진다. 대마를 잡는다는 게 먼 지평선처럼 아득해 보인다. 하나 백홍석은 A로부터 밀착 공격을 이어나가 끝내 대마를 함몰시킨다. 대마가 불사라지만 대마도 때로는 죽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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