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지방이전 직원에 6865만원씩 지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2012년까지 경남 진주시로 이전 예정인 국민연금공단이 직원 1인당 이주지원비를 6865만원이나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인당 이주지원비에는 직급에 관계없이 3년간 지급하는 월 30만원씩의 이주수당 1080만원과 이사비용 96만원, 국민연금공단 명의의 아파트 임차비 5689만원이 포함됐다. 2012년까지 지방으로 이전될 다른 177개 공공기관들도 비슷한 수준의 이주수당을 책정했거나, 노조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체 이주 대상 공공기관의 직원 수는 3만여 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기준이 최종 확정될 경우 정부나 각 기관이 부담할 이주수당만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직원 이주비 국고 지원 타당한가"=국회 보건복지위 정형근 의원(한나라당)이 24일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국민연금공단의 지방이전 계획안에 따르면 공단 측은 진주시로의 이전 비용을 총 1153억원으로 책정했다. 사옥 신축비 796억원과 이주직원 지원금 357억원 등이다. 공단 측은 이 같은 계획안을 지난달 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보고했다.

공단은 이주직원 지원금으로 ▶이사비용 5억원 ▶이주수당 56억원 ▶아파트 임차비 296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해 국고지원을 요청했다. 이전이 끝나는 2012년 현재 직원을 520명으로 가정할 때 1인당 6865만원이다. 정 의원은 "이 돈을 국고로 지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고 지적했다. 공단의 배성훈 시설사업단장은 "우리는 건물 매각비도 연금재정이라 함부로 사용할 수 없어 국고 지원을 요청한 것"이라며 "대부분의 공공기관들은 건물 매각비로 이주 관련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기관끼리 정한 '이주수당'=1인당 3년간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이주수당' 1080만원에 대한 적정성 여부가 문제 되고 있다. 정부가 올 초 제정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는 '이주수당' 항목이 들어있긴 하다. 그러나 적정 수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은 없다. 배 단장은 "진주로 내려가는 직원들이 서울로 오가는 교통비 등을 고려해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주로 함께 이주하는 12개 공공기관의 간사 격인 대한주택공사에 문의해 마련한 기준"이라며 "주공도 지방 이전을 하는 다른 공공기관들과 논의해 이 정도의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복지부 산하 다른 공공기관들도 비슷한 수준의 이주수당을 책정해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 부처는 지난달 말까지 산하기관들의 이전 계획안을 취합해 건설교통부에 제출하게 돼 있지만, 정부지침조차 불분명하자 한 달째 검토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공단이 제시한 수준을 적용할 경우 총 178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주 예상 직원 3만2000명(2005년 추정치)에 대해 이주수당으로만 3년간 3000여억원을 정부나 각 기관이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무리한 공공기관 이전 정책 탓"=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직원들에게 주거비와 이사비 지원 외에 별도의 이주수당까지 주는 것은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연금공단은 현재 서울 본부에서 지방의 지사로 발령이 나더라도 별도의 이주수당은 주지 않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혁신도시 논란에 밀려 각 기관의 이전 관련 비용 등은 구체적으로 검토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공공기관 지방이전=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수도권 소재 346개 공공기관 중 토지공사.주택공사.한전 등 178개 공공기관을 2012년까지 비수도권(대전.충남 제외) 10개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사업이다. 이들이 이전하는 지역을 최적의 주거.교육.문화 여건 등을 갖춘 혁신도시로 육성한다는 게 노무현 정부의 구상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